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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석빈 Oct 08. 2024

사슴의 뿔 "үe" (5편)

저주"хараал"

867년 늦은 봄 바이칼호수 오른쪽의 거대한 침엽수림 속에서 먼 곳으로부터 들려오는 새들의 울음소리와 바람 소리가 교차했다.


족장, 소오르는 그 속에서 오랜 기마이동으로   인해 굳어진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4개월이 예정된  걸친 북쪽 행군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이었다. 그가 이끄는 1,500명의 전사들은 나란히 줄을 지어 침착하게 북쪽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족장  자신은 지난 몇 주간을 혼란 속에서 보냈다.

밤낮으로 이어진 심한 복통과 고열로 인해 소오르는 제대로 서 있을 수도, 말을 탈 수도 없었다.

동행한 주술사 사가르족장에게 여러 차례 치료를 시도했으나 병세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침대에 누운 채, 소오르는 정신이 흐릿해지는 순간마다 과거를 떠올렸다.


발펠마는 한때 소오르의 첩보장이자 그의 연인이었다. 그녀는 지혜롭고 예리했으며, 적의 움직임을 미리 알아차리고 정보를 가져오는 일에 탁월했다. 그러나 그날, 그녀는 소오르의 신임을 저버렸다.


하지만 족장 그 자신도 이미 강력한 사산의 딸과 혼인한 지금  소오르발펠마에게 용서가 아닌 침묵 및 방관으로 일관했다.


결국 발펠마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부족에서 추방되었다. 그날 밤, 소오르는 그녀를 보러 심복 한 명과 함께 말을 달려 그녀가 있는 외곽 주둔지로 달려갔다.


"이해하겠지., 발펠마? 지금은 진실은  못 말하지만, 언젠가 알아주기를 바란다"

" 소오르,  당신이 뭐라 얘기하든  난 당신을 저주할 거예요"


그리고 그 말이 현실이 되는 듯했다. 족장의 병이 시작된 날부터 그는 발펠마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잊으려 했던 기억들이 고통 속에서 되살아났고, 그녀가 범인이라는 의심이 점점 강해졌다.


“이상하다. 갈매나무(갈매나무속, Rhamnus / 복통치료)와 석결명(石決明, 전복 껍데기/ 안정작용)도 소용이 없군.”


주술사 사가르는 신음하는 소오르 옆에 앉아 고민스러워했다. “이런 증상은 단순한 병이 아니야. 무언가가 당신을 저주한 것 같아요.”

주술사의 말을 들은 소오르는 떨리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 순간, 그의 눈앞에는 발펠마의 미소가 스쳐갔다. 그녀는 늘 미소 뒤에 비밀을 감추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의심은 그녀에게로 향했다.


발펠마야,” 소오르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녀가 나를 저주했어.”


사가르는 놀라지 않았다. 그는 발펠마가 떠난 후에도 소오르가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그녀의 행방과 그리고 그녀의 의도가 무엇인지였다.


식은땀으로  검은색 담비 가죽 담요는  이미 축축해졌다. 하지만 족장은 침상에서 일어나기로 결심했다. 더 이상 약해져선 안 된다는 본능적인 경고가 그를 움직이게 했다.


주술사의 도움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긴 그는 부대의 중심에 있던 지휘막으로 향했다.

게르를 지키고 있던 톨루이가 그를 보고 깜짝 놀랐지만,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소오르는 아직 약해 보였지만, 그의 눈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북쪽 바이칼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발펠마, 네가 어디에 있든지 내가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이 저주를 끝낼 것이다."


바이칼호수 북쪽으로 향하는 이 여정은 단순한 정복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에게 던져진 도전이었고, 나 자신과 와  끝나지 않은 대결의 시작이었다. 소오르는 다시 자신의 무기를 손에 쥐며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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