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석빈 Oct 14. 2024

사슴의 뿔 "үe" (6편)

추격  "мөрдө"

족장 소오르는 눈을 뜬 순간 한동안 자신의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사가르가 옆에서 이마의 땀을 닦아준다


"성치 않은 몸으로 게르를 나서다니 큰일 날 뻔했습니다"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는군. 여긴 어디인가?"

"톨루이가 옆에 서 있지 않았으면 당신은 언덕 위로 굴러 떨어졌을 거예요. 이틀 꼬박 누워 있다 일어나신 거예요"


 몇 주 동안 그는 고열과 통증에 시달렸고, 주술사인 사가르는 소오르의 병을 수하들에게 알리는 것이라 두려워했다.


그러나 하늘은 아직 그의 운명을 거두지 않았다. 바이칼 호수 남쪽 초원의 신선한 바람이 그의 병든 몸을 서서히 치유했다.


소오르가 회복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천막 주변에 모여든 전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는 바라트족의 혼이자, 적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인물이었다.


부활한 그를 중심으로 1500명의 기마병이 다시금 결집했다. 전쟁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었고, 그들은 바이칼 호수 북쪽을 향해 다시 진군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소오르는 천천히 일어나 그의 기마병들 앞에 섰다. 말들은 안장을 걸치고 그 위에 전사들이 칼과 활을 들고 있었다.


초원의 바람이 불어와 전사들의 옷자락을 흔들었고, 말들은 조용히 땅을 밟으며 이른 바이칼 호수의 적막을 깨뜨렸다.


"부족장님이 다시 말이 타시니  제가 하늘을 날아갈 것 같습니다"


병상에 있을 때 코빼기도 안 비친  좌랑장인 삼부 대장이  내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건다. 하늘 위의 매를 떨어뜨리는 시력과  궁술이 없었으면  말들  먹이나 줄 인물이었으나 그의 능력은 소오르에게  꼭 필요한 존재였다.


다만  소오르의 아버지인 전 족장이 바이칼 울스 부족과 전투 시 인질로  잡아왔던  어린아이가 벌써  성장하여 좌랑장이 되었으니 소오르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상대였다.

소오르는 자신의 병으로 몇 주 동안 전사들의 앞에 서지 못했지만, 이제 그는 마치 새로운 힘을 얻은 듯했다. 병이 그를 약하게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새로운 결의를 주었다.


 “오늘부터 다시 북쪽으로 간다,”

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굵고 결연했다. “바이칼 호수 북쪽에 있는 땅을 정복하고, 우리 부족이 다시 한번 힘을 과시할 때다.”


바이칼 호수는 바라트족의 운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그 넓고 푸른 물은 그들의 거울이자 자원이었다. 그러나 그 너머의 북쪽 땅에는 아직 손에 넣지 못한 자원이 가득했다.


그곳에 있는 바이칼 울스 부족들은 소오르명성보다 그의 장인인 사산을  두려워하고 있었지만, 과정이야 어떳든  소오르의 손에 들어오면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 분명했다.


소오르족의 군대는 바이칼 호수 북쪽으로 향하며, 구십 여일  간의 행군이 끝이 보이고 있다. 그들은 이동하는 동안 말을 타고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었고, 주변 초원과 숲에서 식량을 얻었다.


여름철의 풀은 푸르고, 바이칼 주변의 초원에는 사냥할 수 있는 동물들이 풍부했다. 부족은 바람과 함께 움직였고, 기마병들은 매일 몇 리씩 진군하고 있었다. 이번이 첫 출정인 어린 전사들은  모든 것이 새로운 듯 즐거운 마음으로 진군하고 있었다.

소오르는 항상 선두에 서 있었다. 그는 가끔씩 멈추어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의 눈은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그 너머의 산맥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어떤 적이라도 우릴 막을 순 없을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결의에 차 있었다.


군대는 날마다 바이칼 호수 북쪽으로 진군하며, 주변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했다. 부족의 기마병들은 사냥을 통해 식량을 확보하고, 가축을 방목해 군대가 굶주림에 시달리지 않도록 했다.

대자연은 그들을 환영하는 듯했으며, 그들은 자연을 거슬리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여름의 풍요로움은 그들의 길을 밝혀주었고, 바이칼 호수의 맑은 물은 갈증을 해소해 주었다.


가을  초입, 소오르의 군대는 바이칼 북쪽에 있는 바이칼 울스 무리와 처음으로 마주쳤다. 그들은 결코  규모 아니었지만, 단단한 가죽 갑옷과  활로 무장하고 있었다.


폭이 좁은 강가 맞은편에 무리에 대장 같은 사내가 말을 강기슭까지 몰고 와 소리친다


"소오르! 난  알다르의 동생인 두케이다.

당신의 아버지 때부터 평화롭게 지내던 차에 왜 몽골족도 아닌 사산을 등에 업고 여기까지 군사를 일으켰느냐!

"선대의 약속을 지키고 이쯤 해서 군사를 물러서 돌아가라"


소오르는  입술을 찔끔 씹은 체 말위에서

" 삼부! 넌 강 건너 말위에서 소리치는 애송이를 아느냐"

" 부족장! 어릴 쩍 친구였으나  한 동안 보지 못했습니다"

" 그래! 그럼 너의 실력을 나에게 보여주길

바란다. 우선 여기서 밤이 될 때까지  야영하고 내일 새벽에 공격한다"


다음날 동이 트자마자, 삼부 날쌘  기마병들과  함께  강 건너  어제 큰소리치던 무리들의 야영지 포위 했다. 이른 새벽인지라  상대 쪽들은  옷도 제대로 입지도 못한 채

삼부 무리에게  둘러 싸여 있다

 

" 삼부님. 어제 나불거리던 우두머리는 사라진 거 같습니다"

"삼부님! 저기 두세 명이 말을 타고 도망칩니다"

삼부는  뛰어난 시력으로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도 칼의 장식을 보고 옛벗 두게인 것을 알아차렸다.

번개 같은 반사신경으로 활을 겨누고 약간 팔근육을 웅크린 체 활시위를 놓았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말을 버리고  낮은 돌산을 힘겹게 오르던 무리 두 명 중 한 명이 픽하며 쓰러진다. 나머지 한 명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돌산 언덕을 지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 대장! 대장이 우두머리를 처지 했다"

"삼부 대장은 하늘이 내리신 신궁이다"

"대장. 도망치는 놈은 날쌘 병사 몇 명을 보내 추격할까요?"

"아니다. 잔챙이 하나 놓쳤다해서 무리할 필요 없다"

" 대장. 그래도 저놈이 본진에 가서 우리가 바이칼 호 북쪽에 도착했다고 알리지 않을까요?"


삼부는 말채찍으로 추격을 채근하던 부하의 얼굴을 후려친다. 부하는 얼굴을 감싸 안은 체 말에서 떨어져 땅바닥에 처박히고 만다.

 

부하들은 얼음장처럼 순간 정적이 흐른다


" 울스 잔당들은 참수하여 독수리 먹이로 주어라"

"서둘러라. 툴루이놈에게 선봉을 내줄 수 없다"

곧  저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땅을 울리고, 전사들의 함성이 초원을 가득 채웠다.  소오르와 툴루이를 중심으로  천여기의 기마대가 초원의 고요함을 먼지바람으로 날려버리면서  본진으로 진격하고 있었다.


7편에서 계속






작가의 이전글 사슴의 뿔 "үe" (5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