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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Jul 29. 2015

직원의 심리를 알아야 일이 된다

착각하는 CEO 후기.

모 블로그를 통해 추천 받았던 도서, 착각하는 CEO. 추천사에 보면, '개인적으로 국내 저자에게서 이만한 책이 나왔음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가 있다. 내가 읽은 대부분의 경영 관련 서적은 번역본이 많다. 아무래도 경영에 대한 연구 대가나 이론 자체가 서양 문화에서 유래한 것이 많기 때문일게다. 번역본은 아마 원문은 이랬을 거야, 싶은 느낌을 주는 특유의 문체가 있다. 최근에 본 것 중엔 'Yes, And'가 그러했다. 표현하기 조금 애매한데 번역본을 보신 분들은 어떤 얘긴지 짐작이 가시리라. 여튼 국내 저자의 책이라니 좀 더 읽기 쉽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말 그대로 '착각하는'이 어떤 의미일지 궁금하기도 해서 마침 회사의 셀프 북러닝 기회를 통해 접하게 되었다. 나는 물론 CEO는 아니지만.. 작은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입장에서, 분명 참고할 만한 것이 있으리라는 기대와 함께. 



책은 생각보다 꽤 두툼한 편이지만, 읽기엔 크게 부담은 없었다. 전체적으로 각 챕터마다 몇몇 심리학 실험과 그 결과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경영(자)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내 조직에 반영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당히 신선하다고 느껴지는 접근은, 아무래도 기존의 경영/조직관리에 대한 오류(?)를 심리학 연구로 부터 해석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든 점이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일하면서 힘든 이유의 가장 큰 것이 '사람' 때문이라는 결과는, 우리가 일 보다는 관계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도 사람이 하는 것이라, 사람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데 보통 이러이러할거야, 라는 막연한 기대와 편견이 이를 망치고 있달까? 이 책 마무리에 나오는 '믿음이 사실을 대체한다'는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의 영향이 바로 현대의 많은 경영/관리 방식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은 상당히 주목할 만 하다 (간단히 말해, 직원의 심리는 무시한 채 경쟁을 통한 성과 창출, 금전적 보상만이 동기 부여의 수단, 세분화된 평가지표가 행동에 영향 등). 저자는 왜 이러한 기존의 경영/관리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정책인지 조목조목 분석하고 설명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이를 통한 전체적인 대안 제시가 모호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인상적인 구절:

성과 압력이 높아질수록 직원들은 갈등을 피해 합의하려 하고, 상식적인 지식만을 취하려 한다. 도전하는 것보다 완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위계에 순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시 말해, 성과 압력이 큰 상황에서는 과업 해결을 위해 전문적이고 복합적이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동원하기보다는 어디서나 빨리 쉽게 구할 수 있고 이미 검증된 일반적인 지식에 의존한다는것이다. 그렇게 해야 합의가 수월하게 이루어지고 일도 빨리 완수된다는 것을 암목적으로 알고 있음과 동시에, 창의적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가 실패할 경우 자신이 지게 될 책임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KPI 설정, 목표 수립 면담, 성과 모니터링 등의 성과 압박 장치들을 지속적으로 작동시키면 직원들의 성과가 높아질 거라는 믿음은 순진한 생각이다. 기존의 룰을 깨뜨리는 창의적 발상을 요구하는 요즘, 성과 압력이 과연 그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절차만 따르면 되고 고효율이 무엇보다 우선인 분야에서는 성과 압력이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창조적 사고와 융합적 사고,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럭을 찾으려는 조직에게 성과 압력은 그저 그런 성과에 만족하도록 만들 뿐인,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 이다.

새로운 생각과 창의력, 혁신을 매일 (어떤 때는 순간순간) 요구 받는 입장에서, 위 구절이 전하는 메세지는 명쾌하다. 


이 책의 독자이면서 작은 그룹의 리더이자 또 다른 상사를 모시는 하급자 입장에서, 어떤 부분은 동감하고 어떤 부분은 크게 동감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속물적일 수도 있지만 나는 금전적 보상에 매우 감사하는 타입이다. 어쨋든 회사에서 인재로 인정 받는 입장에서, 기왕이면 현실화된 페이가 나는 더 즐겁고 반갑다. 다만 이 책의 요점은, 관리자의 입장에서 획일화되고 잘못된 믿음 때문에 직원들을 움직이지 못하고, 그 결과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지 말라는 것이다. 

한 번 읽고 말기엔 아까운 책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곳도 있고 동의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그래도 가끔 들춰보면서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고민해 보고, 더 나은 성과를 위해 지금과는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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