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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Sep 02. 2015

자기 계발의 길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회사에서 몇 년 전부터 사원들을 대상으로 중국어 학습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아무래도 중국 시장이 커지기도 했고, 우리 회사도 중국에 이미 오래 전부터 진출해 있는지라 그런 것이다. 사실 그 동안 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거들떠 보지 않다가 올 초 무슨 마음이 동했는지, 덜컥 중국어 수업을 신청했드랬다. 그냥 그런 걱정이 앞섰던 것 같다. 


상사: OOO님, 중국어는 좀 하세요?
나: ... 아니요.
상사: ... 네 (아무 준비도 안하고 계시는군요..)


뭔가 이런 상황이 펼쳐질 것 같은 느낌? 그러고보면 일종의 두려움 또는 걱정이었던 것 같다. 잘 하지는 못하지만 영어로 버티려던 마음 가짐을 이젠 좀 놓아버려야 할 때라는 촉? 그리고 그 대안은 중국어 라는 것. 

솔직히 학습자 신청을 할 때만 해도 하지말까, 귀찮은데 라는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왔었다. 한 편으론 그래도 이 나이(?)에 새로운 언어를 배워보겠다는 의지에 스스로 으쓱하기도 했다. 

조금 배워보니 나름 한자 공부하던 세대라서 완전히 낯설다는 느낌은 없으나, 발음이나 성조의 헷갈림 보다는 (오히려 외우면 되니까), 간체라서 예전에 알던 그 모양이 아닌데? 하는 낯설음이 더 먼저 다가왔다. 물론 지금처럼 한 6개월 배운 상태에선 차라리 간체가 낫군, 하지만 발음과 성조가 어려워.. 라는 식으로 역전 된 것은 함정. 


돌이켜보면 회사에서 참 많은 교육 기회를 주고 있다. 5-6년 전만 해도 포인트 제도가 있어서 무조건 할당 목표를 채워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연간 학습계획까지 세워가며 포인트 채웠던 기억. 한 번도 모자라서 애태운 적은 없다. 연 중에 갑자기 의무 교육들이 마구 생겨서 넘치면 넘쳤지.. (이월 기능이 있다고 바란 적이 한 두번이 아님). 나중에 가니 그런 의무 포인트는 별로 의미가 없어서 완전히 자율화 되었다. 그래도 꽤 많은 학습을 하게 된다. 

아무리 바빠도, 회사에서 주는 교육의 기회 - 자기 계발 - 을 게을리 하거나 뒷전으로 미룰 필요는 없다고 본다. 기회비용이란 측면에서 보더라도 솔직히 자기한테 좋으면 좋지, 나쁜 일은 없다. 뭐.. 가끔 전혀 도움 안되는 의무 교육 참석이란 것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교육 나름의 장점은 있다 (복잡하고 바쁜 일상으로부터의 리프레시). 


언젠가 보았던 글귀, '회사에서 능력이 다하는 순간까지 승진한다'라는 말이 자꾸 나를 자극한다. 지금의 나도 계속해서 나의 능력을 소진 시키고 있고 언젠가는 그 능력으로 승진하겠지만, 또 언젠가는 그 능력이 다 고갈될 것이다. 그러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꾸 나의 빈 곳을 채워야 한다. 연차가 쌓여가니 그런 부담이 자꾸만 생기더라. 그리고 그 부담을 어떤 식으로든지 상쇄 시켜야겠다는 의지가, 나 처럼 게으른 사람에게도, 생기는 것은 거대 조직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생존의 욕구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일 모레가 중국어 시험이다. HSK 같은 공신력 있는게 아니라 학습자들의 학습 성취도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시험 대비 중이다. 공부를 하면 분명히 알았던 것 같은데, 나중에 돌아보면 머릿 속에서 상당량이 휘발되어 있다. 나이가 들어서인가. 기억력이 떨어진 내가 슬프기도 하고, 이렇게 퇴근 하고도 자유롭지 못한 나를 잠시 돌아보려는 마음에 끄적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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