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놀러오거나 살기 위해 오는 한국인이라면 최소한 한 번은 ‘한국촌’이라고 들어보았을 것이다. 오래된 한국인 커뮤니티로 Q&A와 여러 정보가 오고 가는 장소다. 특히 벼룩시장엔 늘 이민 정리용 물품 등이 거래를 기다리고 있다. 급히 귀국하게 되어 파는 물건들, 이사로 인한 무빙세일 등.. 시간과 장소만 잘 맞으면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구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 한국인만 사는 곳이 아니니까.. 보나마나 이 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중고거래 사이트가 분명 있을 법 하다. 처음엔. 좀 더 대중적으로 알려진 craiglist를 찾아보았다. 물건의 카테고리마다 조금 다르겠지만 내가 찾는 전자제품 쪽에서는 괜찮은 물건을 찾기 어려웠다. 구글링을 동원해 보니 마침 싱가포르의 중고나라 정도 되는 서비스가 있었다. 그 결과 carousell을 알게 되었다.
Carousell은 싱가포르의 스타트업 중 하나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2012년에 설립되어 현재는 싱가포르를 비롯,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만, 홍콩 그리고 미국까지도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아주 간단히 설명하면 customer-to-customer를 연결하는 거래 사이트다. 최초의 의도가 중고 거래만을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들어가 보면 일반 상인들도 이 사이트를 통해 고객에게 유통 마진을 줄인 상품 판매를 하고 있다. 차도 팔고 집도 판다. 이 정도면 싱가포르 중고나라라고 불러도 될 듯 싶다.
맘에 드는 제품을 키워드 검색으로 찾은 후 판매자와 deal을 할 수 있다. 조금 싸게 사고 싶으면 판매자가 올려놓은 금액 보다 낮게 부를 수 있다. 소위 네고를 하는 것인데 역시나 쿨하게 받아주는 사람도 있고, 네고 요청은 안받음이라고 아예 못박은 판매자도 있다. 판매자의 평판도 볼 수 있어 거래를 할까말까 고민할 때 도움이 되기도 한다.
재미난 점은 우편이나 택배 보다 ‘직거래’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택배거래가 흥하는 것과는 다른 부분이다. 이것은 아마도 지형적 특성 (작은 도시국가로서의 싱가포르)을 반영한 점이 아닌가 한다. 직거래가 주로 있다보니 적어도 택배 사기(?)는 많이 없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도 해본다.
여튼 나의 구매기는 이렇다.
모니터가 하나 필요해서 검색어로 monitor 넣고, 쭉 올라온 리스트를 훓었다 (싼 가격별로, 또는 아예 내가 지불하고 싶은 가격대를 정해서 검색도 가능). 마침 적당한 가격에 올라온 22인치 삼성 모니터 발견! 안타깝게도 HDMI 케이블은 없단다. 하지만 가격이 나름 합리적이니까.. 판매자에게 바로 direct message를 보냈다. 올린지 얼마 안된 물건이라 회신도 빨랐다. 사실 바로 근처에 살고 있어 거래가 편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말로 연락한지 30분도 안되어 좋은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이런 것도 싱 생활에 적응해 가는 방법의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