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은 90일간 싱가포르에서 자유롭게 머무를 수 있다. 나처럼 회사 일로 오는 경우, 적게는 6개월 이상 머물러야 한다. 물론 3개월만 바짝 일하고 갈 수도 있지만.. ^^. 보통 장기 체류하면서 일을 하게 되면 비자를 받는다. 외국인의 비자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나 같은 경우 취업비자에 해당하는 employment pass (EP)를 취득한다.
EP가 없으면 불편한 점이 많다. 콘도 whole rent를 할 수 없고, 은행 계좌를 만들 수도 없다. 그리고 EP가 없으면 함께 지내야 하는 내 가족들의 Dependent pass (DP) 또한 취득할 수 없다. EP를 갖고 있으면 싱가포르 입국 시 현지인처럼 들어올 수 있다. 입국카드 작성도 필요 없다.
싱가포르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히는 EP 심사 기간은 현재 3주다. 예전엔 지금보다 좀 더 쉽게 EP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추측하건대 이 비자는 해외에서 싱가포르로 들어와 일하고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인만큼 싱가포르 정부의 이민 장려 정책의 하나였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싱가포르에 나름대로 정착하여 살아가는 외국인도 많아진 까닭에 이제는 슬슬 제한을 두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구글링 해보면 EP를 받지 못해 몇 달간 pending 상태인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러다가 거절을 당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다 할 설명도 없다고 한다.
실제로 이번에 내 EP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싱가포르 Ministry of Manpower (MOM)에서 챌린지가 들어왔다고 한다. 너희가 채용하는 포지션에 꼭 한국 사람이어야 하는가? 싱가포리언을 대상으로 채용하겠다는 공고 등을 내지는 않았는가? 이런 내용이었다고 전해 들었다. 즉, 자국민의 채용 기회를 점점 늘려 가겠다는 의도다. 또한 업무/채용과 관련된 성격의 비자이기 때문에 필요한 첨부서류에 ‘학력’ 관련된 증빙이 반드시 필요하다. 적합한 경력과 지식을 가진 사람임을 증명해야 하는 셈이다. 대학 및 대학원 졸업, 성적 증명까지 다 준비해서 제출해야 했다.
다행히 2주일만에 EP를 받았다. 승인 문서인 IPA와 입국 시 작성한 입국카드 (보통 white card라고 부르는 것), 여권 등을 가지고 등록하기 위해 관공서를 방문해야 한다. 클락키 근처에 위치한 EPSC가 그 곳이다. 지문 등록, 사진 촬영을 거쳐 딱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 같은 카드를 하나 발급 받는다. 카드 발급에도 working day 기준 4-5일은 소요된다. 이후 가족을 위한 DP 신청이 가능해진다. 인터넷에서 EP, DP를 동시에 신청 가능하다는 얘기도 보았으나, 아마 과거의 이야기일 것이다.
참고로 DP는 서류 제출한지 하루인가 이틀인가만에 승인이 났다. EP를 가진 사람의 신분(?)이 확실한 만큼, 동반인의 비자는 빠르게 처리해 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