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편)
제목만으로 접했을 땐, 나에겐 별로 의미 없는 책이겠군 싶었다. 보통 ‘한 권으로 즐기는.. ‘, ‘넓고 얕은 지식’ 같은 표현의 책들은 정말 수박 겉핥기 식으로 내용을 전개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류의 책들에 대한 일종의 불신 또는 편견이 이미 세워져 있었다. 사내에서 진행하는 도석 워크샵 때문에 그래도 일단 책을 펼쳤다.
부끄럽게도 이 책은 나의 편견을 통렬히 날려버렸다.
제목은 ‘지적 대화를 위한..’ 이었지만 다 읽고 난 느낌은, 비단 누군가와 함께 지적 대화를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그냥 내 머리 속에서 잘 연결되지 않던 단편적 지식들을 종합적으로 체계화 한 것 같다. 적어도 이 세계가 돌아가는 (아주) 단순화된 논리와 함께 우리나라 (대한민국) 사회를 이해하기에 이만큼 잘 정리된 내용은 없다는 생각.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를 생각하면, 아주 디테일한 상황들은 내용 상 – 그리고 책이 추구하는 바 – 많이 다루고 있지 않지만, 그 점이 그렇게 아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좌/우의 이념과 대립, 이상과 명확한 한계를 역사,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윤리적으로 꿰뚫는 흐름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잡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아, 물론 이런 부분들을 이미 잘 알고 있는 독자라면 그렇게 신선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터, 나처럼 관심은 있으나 잘 정리하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꽤 도움이 될 책이라고 본다. 특히 정치라는 것을 우리 사회의 경제체제를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본 것은 매우 신선하면서도 현실적인 해석이었다.
중간 중간에 중간 정리, 한 섹션이 끝나면 최종 정리까지 잘 되어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쉽게 읽을 수 있게 잘 쓰여져 있어서 배경지식이 많지 않아도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다.
아래는 인상적인 구절.
‘한국 사회의 보수화 성향이 특정 권력층의 의도적 작용이었다고 해서 대중이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 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교육과 매체를 이용한 권력층의 작용이 있었다고 해도, 대중의 이익이 반영되지 않는 경제체제를 끝내 유지하고 있다는 아이러니의 가장 직접적인 책임은 대중에게 있다. 대중 스스로의 비합리성에 대한 책임은 대중 스스로가 져야 한다’
(사실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보수와 진보의 가상 축구대결 묘사인데, 내용이 너무 많아서 여기에 옮기지는 못한다).
에필로그를 보니 다음 편도 있다고 한다. 2편도 사서 읽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