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 이야기: 사람을 움직이는 힘을 읽고 생각해 보다.
소장실에 놀러갔다가 덥석 받아온 책.
사실 이런 류의 책들은 작은 그룹의 리더를 맡게 될 즈음, 리더쉽 고민 초반 때 많이 봤었는데 최근에는 뜸하게 접했었다. 우연한 기회이지만 이렇게라도 읽게 되니 최근 고민하고 있던 부분들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라 꽤 괜찮았다. 물론 이 책을 읽은 후의 가장 좋은 미덕은 적절한 상황에서 제대로 실전 활용이겠다. 내용이 쉽고 술술 읽히기 때문에 이틀 만에 (짧게는 하루만에라도 가능) 읽고 끝나는 점도 맘에 든다.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적어놓은 내용들은..
1. 지지적 피드백 + 교정적 피드백 + 규율을 적절하게 조화 (적절하게라는 말의 어려움).
2. 지지적 피드백은 구체적으로, 그리고 행동과 인격을 조화롭게.
지지적 피드백이란, 그 사람의 어떤 행동이 좋기 때문에 계속해서 반복되기를 바라는 부분에 대한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를 가치 있는 사람 (인격)이라고 믿을 수 있게 해주는 피드백. 넌 우리 팀에서 존재의 이유가 분명한 사람이야.
3. 피드백을 줄 때 심리적 주도권을 상대에게 줄 것. 해당 업무의 의사결정은 담당이 할 수 있게.
4. 나의 결론을 주입 (전달)하지 말고 상대에게 질문을 통해 생각하도록 유도해야 (이것은 3번과도 일맥상통하는 내용).
사실 최근 매우 극단적으로 나의 결론을 전달한 적이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방은 어떤 행동을 취할까?라는 궁금함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바라는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내 시도/방법 상의 문제인지, 아니면 피드백을 받는 사람의 태도와 성향 때문인지... 사실 피드백을 받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반응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5. 행동 교정을 위한 단정적 발언 5단계 활용하기. 시작은 구체적인 행동/사건/예시를 통해서..-> 행동의 결과 (fact) -> 그에 대한 나의 느낌, 왜 그렇게 느끼는지 -> 당신이 바꿔야 할 행동을 제시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나의 느낌'을 잘 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보통의 경우 이러이러한 것이 문제야, 그러니까 당신이 고쳤으면 좋겠어, 라고 문제와 결론을 동시에 제시하게 된다. 어떤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일으킬 수 있는 감정에 대한 것을 짚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3,4번에서 얘기하고 있는 상대방의 주도권이란 점도 꽤 요긴하다. 내가 결론을 내려주면 설사 상호 합의가 있었다해도 결국 '시키는 것, 명령'인 거다. 아무리 좋은 말로 했다 해도 지시 받았다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려면 (이 책에서도 언급하듯이) 상대방이 생각하고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6번에 있다.
6. 시나리오가 필요. 피드백을 위해서는 내가 더 많이 준비해야.
시나리오를 완성하라. 이게 정말 중요한 듯. 미리 연습하고, 어떤 내용을 전달해야 하며, 미팅의 끝에는 내가 원하는 (또는 상대방이 원하는)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
피드백의 목적은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함이다. 누군가를 질책하고 혼내는 것도 아니고, 나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권위를 세우기 위함도 아니다.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조직에서 일하면서 생각해 보니 내 편이냐 아니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갈 수 있는 동행이 될 수 있느냐 더라.
피드백 하면 늘 생각나는 나의 사례.
한 4년 전쯤? 회의실이었고, 13-4명이 앉을 수 있는 크기의 회의실에는 상급자와 나, 둘이 앉아 있었다.
'자기는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강한 것 같아'
그 날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는지 전후 맥락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이 말만 머릿 속에 박혀버렸다. 내 전임 상급자의 피드백은 나에게 왜 그렇게 강한 인상을 주었던 걸까? 어쩌면 지금도 항상 나를 좀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글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에? 나는 생각지도 못하던, 스스로도 모르던 것을 일깨워 줘서?
아참.
너무 디테일하게 피드백 주지 말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 이견이 있긴 한데.. 우선은 전체적인 내용을 먼저 보라는 것에는 동의. 하지만 나는 어떤 보고서의 완성도를 망치는 것 중 하나가 어이 없는 편집과 색상, 맞춤법 등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디테일이 엉망이라서 좋은 내용을 살리지 못하는 적이 있었기 때문에, 여전히 디테일은 잘 봐야 할 듯. 단, 피드백을 줄 때 맞춤법이 어떻고.. 이렇게 보려하지 말고 우선 전체 내용부터 검토하고 의견을 주도록 할 것.
마지막으로.. 사실 살아가는데는 이게 더 중요한 것 같아 꼭 적어둔다.
피드백은 가족에게도 중요하다는 것. 그래서 (피드백을 주는데 있어) 회사와 가정을 구분하여 지내지 말 것. 책의 사례에서도 나오듯, 가정에서의 피드백은 잘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그러하다. 사람을 대하고 피드백을 주는 것은 '회사의 일'로 생각하고, 집에 와서는 내 맘대로 행동하고 상대는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여섯 살 아들이 커가면서 나와 부딪히는 여러가지 사례들을 보면서 왜 내가 가족에겐 막해도 된다고 믿었던 거지?에 대한 반성과 후회가 든다.
여러모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자리에 두고 가끔 들춰보며 자신을 상기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