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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이 하는 일

사내 네트워크의 중요성

by nay

앞서 회사의 조직을 좀 더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회사라는 큰 시스템은 때로는 부서 간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일이 쉽게 진행되지 않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스템을 돌리는 것, 진짜 일을 하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제가 현재 하는 일의 주된 업무는 외부 주요 기술과 연구자를 탐색하고 그중 괜찮은 후보를 고르는 것입니다. 좋은 기술을 가진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도 성과지만, 가장 성공적인 exit은 공동연구개발로 이어지는 그림이지요. 솔직히 이 업무를 맡게 되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과거에도 유사한 일을 담당한 부서가 있었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성공사례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왜 안될까를 잠깐 고민해 본 적은 있으나 그것이 올해 본격적인 업무가 된 이상 고민보다는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흔히 Open Innovation & development라고 불리는 일들이 조직의 성과가 되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조금 오래되었지만 이번에 이 일들을 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아주 잘 설명해 놓은 기사가 있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작성된 지 시간이 꽤 지난 것이지만 핵심은 지금 상황에도 잘 맞습니다 (어쩌면 본질적인 것은 과거나 현재나 비슷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요).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사의 R&D 조직 외부에 있는 기술을 활용하여 혁신을 한 회사들이 있다. 이들의 성공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회사들도 이런 시도를 해봤을 텐데?

실패 이유: 외부에서 얻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장 잘 활용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에게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방형 혁신을 위해서 아이디어를 정찰하는 일들은 엄청 많이 하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필요한 아이디어, 기술들을 찾아서 선별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완성해 줄 수 있는 사내 연결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R&D 파트에 있는 사람들은 NIH (Not Invented Here) 신드롬이라고 부르는, 내가 아닌 다른 외부 기술을 배척하는 경향이 높다. 그런 와중에도 좋은 아이디어를 찾은 1명과 이를 잘 받아들여 연결시킨 1명만 있어도 외부 소싱을 통한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다.


저자들의 연구내용과 주장에 크게 동의합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일지라도 관심 없는 사람이나 아무 결정권이 없는 사람에게 소개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피터 드러커가 언급한, 성과를 내는 지식근로자가 되고 싶다면 반드시 이 점을 간파해야 합니다.


‘좋은 기술을 소개했는데 아무 연락이 없다니, 멍청한 사람들’

‘기술을 보는 눈도 없네’


외부의 일이 아니라 내부 개발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나는 의욕적으로 제안했는데 받아들이는 사람이 영 관심이 없으면 남을 우선 비난하기 쉽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며 자신을 위로해 본들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요? 자기만족적인 위안만 될 뿐 실제 성과로 연결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조직이 성과를 내는데 기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구성원의 할 일입니다. 외부 기술을 찾던, 내부 개발을 하던 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그 기술을 판단하고 지지해 줄 사내 네트워크를 잘 구성하거나, 누가 중요한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Decision-maker).


시스템생물학에서 네트워크의 어느 지점을 조절할 때 가장 효과적인지 찾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부분이 조직 내에 체계적으로 잘 구축되어 어떤 의사결정을 객관적으로 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선 아직 어렵습니다. 이것은 간혹 설득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따라서 소개해주는/받는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성향이 중요합니다. 시스템이 아무리 잘 갖춰지고 고도화된 조직일지라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해결해야 하는 영역은 있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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