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살기로 했던 집의 계약이 끝났다. 종료 하루 전 다른 콘도로 이사를 마쳤고 오늘은 예전에 살던 집을 다시 집 주인에게 돌려주는 날이었다. 싱가포르 렌트는 악명 높기로 유명하다. 한국촌에 가보면 집 주인이 돈(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 자꾸 연락을 피한다, 보증금 때문에 Small court에 다녀왔다 등등 렌트가 끝나고 나가는 시점에서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열쇠 돌려줄 때만 해도 서로 좋게 헤어지지만 며칠 뒤에 뭐가 망가졌네, 냄새가 나네.. 이러면서 보증금에서 일부를 제하자고 연락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다.
우리 집의 경우 계약 당시 무척 ‘쿨하게’ 진행됐었다 (나중에 살펴보니 그 흔한 핸드오버-집을 돌려주거나 받는 행태-시 집 청소를 해준다는 조건도 없었다). 예전에 쓴 글도 있지만 중간에 집주인이 바뀌었다. 그 이후 뭔가 집주인/에이전시와의 연락이나 수리가 좀 매끄럽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오늘 드디어 집을 돌려주는 날 긴장감을 놓기가 어려웠다.
약속한 시간을 약간 넘겨 도착한 주인쪽 사람들. 정작 집주인은 해외에 출장 중이고 늙은 부모님이 집주인의 personal assistant와 동행을 했다. 우리는 깔끔하고 잘 정돈된 상태를 보는 줄 알았는데 이들은 집안 살림들의 상태 – 제대로 작동 하는지 – 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에어컨을 시작으로 리모컨 작동여부, 전등은 켜지는지, 세탁기랑 건조기도 돌리고, 물도 틀어보고.. 한국에서 전세 살다가 나갈 때 집 상태만 대강 양호하면 오케이였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검토였다. 오히려 집의 상태를 잘 모르는 새로운 주인과 에이전트가 이곳 저곳을 만지다가 문제를 일으켜서 이후엔 우리가 함께 다니며 체크하는 모습을 직접 봤다. 괜히 나중에 우리 책임으로 돌릴까 봐.
대부분 문제가 없었는데 거실에 있는 문 하나가 말썽을 부렸다. 여닫을 때 약간 뻑뻑하고 걸리는 느낌을 주는데 애초에 집에 들어올 때부터 그랬던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왜 문이 잘 안여닫히냐, 우리 집 것은 매끄럽다 이러면서 자꾸 트집을 잡는 것이다. 마침 우리 에이전시가 윤활제를 가져와서 뿌려보고 좀 더 잘 작동하는지 봐주었다. 그들은 여전히 찜찜해하는 눈치였으나 소위 wear and tear, 즉 집이 오래된 까닭에 자연스럽게 생가는 문제로 이해해 주었다. 그렇게 약 한 시간이 채 안되는 집 상태 체크는 끝.
맨 나중에 집의 상태에 대해 집주인과 세입자가 어떤 상태에서 핸드오버를 마쳤는지, 그리고 돈을 언제까지 얼마 입금해 주는지 간단하게 적은 뒤 사인을 마쳤다. 이제 약속대로라면 2월4일까지 보증금을 돌려받을 것이다.
제발 아무 문제 없이 보증금 받기를 바란다. 이것으로 싱가포르에서의 첫 1년 생활이 정말 정리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