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자료에 대한 생각.
발표 (프레젠테이션) 의 계절이 돌아왔다.
1년의 성과를 마무리 하다보면 크고 작은 발표의 기회가 생기게 마련이다.
때로는 회사 내에서 본인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자리매김 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연말 성과 발표 기회는 매우 소중하고 또 잘 챙겨야 한다. 나 역시 입사 이후 많은 자리에서 발표 기회를 가졌다. 작게는 신입사원들 OJT 시간에, 또 초청연사로 어린 학생들 앞에서, 크게는 CEO 앞에서도 발표를 했다. 매번 그렇게 준비하는 발표일지라도 늘 부족하고 '이만하면 됐지?' 싶다가도 다른 사람이 훈수를 둘 정도로 제대로 된 장표가 아닐 때도 있다. 그리고 항상 발표의 순간이 다가올 즈음엔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프레젠테이션 하면 대표적인 인물로 스티브잡스를 떠올린다.
나 역시 그의 프레젠테이션에 흠뻑 빠져, 맥북에어 첫 소개 때나 아이폰 처음 소개할 때의 키노트는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았다. 참 맛깔나게, 그리고 쉽고 간결하게 반복적으로 메세지를 전한다. 스티브잡스 키노트의 힘은 바로 거기에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적당한 위트. 흔히 말하는 sense of humor. 수천명의 청중을 상대로 '현실 왜곡의 장'을 펼치던 그의 모습이 그립다.
각설하고.
발표 자료를 깔끔하게 만드는 것과 발표를 잘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군더더기 없이 (심지어 너무 휑하다는 느낌의) 자료인데 발표는 크게 와닿지 않는 사람이 있고, 조금 복잡하고 어수선 하지만 아주 핵심적으로 내용을 잘 전달하는 사람이 있다. 이건 어느 정도 발표자의 스킬에 관련된 부분일 것이다.
내가 만드는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또 그 동안 다른 이들의 발표를 봐 온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다.
1. 기승전결
스토리 라인이 있어야 한다.
일을 하다보면 발표 시점에 결론이 안나서 기승전인 경우도 있고, 그냥 기승인 경우도 파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가 짜여져야 한다. 없는 결론을 만들라는 것이 아니다. 듣는 사람이 내 이야기를 듣고 따라올 수 있게 발표 내용이 구조화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드라마의 경우에도 엄청나게 별려놓은 사건들을 제대로 마무리 못하고 흐지부지 끝내면 막판에 재미가 뚝 떨어지고 실망스럽다. 프레젠테이션도 호흡을 가지고 [오프닝 (주의 환기) - 전개 - 어려움의 극복 - 그래서 결과적으로 우리가 얻은 것] 같은 재미난 스토리를 청중들이 듣게 해야 더 매력적이다. 세부적인 내용들은 나중에 채워도 좋으니, 우선 큰 틀 (이번 프레젠테이션의 컨셉)을 먼저 이렇게 저렇게 짜 보자. 확실히 도움이 된다.
2. 취향저격
이 부분은 아주 명쾌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말고, 청자가 듣고 싶은 말을 들려줘라'. 명언이다.
프레젠테이션에 이것 만큼 확실한 키 포인트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많은 경우, 놓치는 부분이 이것이다. 화려한 애니메이션과 멋들어진 템플레이트가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관심 있는 것은 A인데, 아무리 멋지게 짠 B 스토리를 들려줘봤자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 사실 취향저격, 관심사 공략이 가장 어렵고 난해하다. 왜냐하면 뭘 들려줘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발표자료를 준비할 때 어떤 평가가 관련된 경우라면 '평가지표'가 무엇인지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이번에도 실제로 과제 종합 발표가 있어 자료를 준비하면서 우선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를 스토리 잡아서 완성해 두었다. 그러고 난 후, 세부 평가항목이 무엇인지 살펴보니 새로운 발견이나 접근 방법을 어필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부분을 확실히 발표 자료에도 표시해 두었다. 그렇게 까지 해야하나 싶기도 하지만, 평가자 입장에선 그런 내용이 눈에 띄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다.
그래서였는지 과제 평가가 좋았다. 청중이 원하는 바와 발표 성격을 꼭 확인해서 내용을 짚어주자.
3. 과유불급
개인적으론 화려한 애니메이션을 선호하지 않는다. 적당히 그리고 반드시 강조해야 할 메세지가 있을 때 쓰는게 맞다. 이 역시 프레젠테이션의 목적에 맞아야 사용의 의미가 있다. 물론 재미난 스토리를 가벼운 모임에서 할 경우엔 조금 과하고 혹은 오버스러운 부분도 가능하다.
다른 사람들 발표자료를 볼 때 항상 안타까운 부분은 색상 선정이다. 많은 프레젠테이션 가이드에도 언급 되듯, 다양한 색상을 사용하지 말았으면 한다. 3-4가지 정도로, 반드시 톤을 맞춰서. 그리고 전체 프레젠테이션 동안 동일한 톤과 색상을 써야 한다. 앞에서는 파란색을 막 쓰다가, 뒤에 가서는 녹색만 막 쓰다가.. 이런 경우를 종종 본다. 한 장표 안에도 이 색 저 색이 전혀 통일되지 않고 혼란스럽게 사용되기도 한다. 제발 이러지는 말자 ^^
4. 오타금지
많은 말은 않겠다. 실수할 수 있다(놀랍게도 오타 실수는 아주 빈번하다). 하지만 프로라면 그러지 말아야 한다. 프레젠테이션 전체의 질을 떨어 뜨린다.
사실 내일모레 중요한 발표가 있는데 요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