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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Nov 16. 2015

요즘 할 일 없나 봐?

야근 권하는 사회

회사 다닌지 11년 만에, 처음 들어본 말이었다.


'요즘 할 일 없나 봐?'


먼저 간다고 인사하는데 직속 상사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다면 부하직원은 무엇이라고 대답을 해야할까? 


1번. 네, 요즘 할 일이 참 없네요

2번. 아니... 저 그게 집에 일이 좀 있어서요.

3번. 허허. 일이 없어 보이세요? (정색)


정말 찰나의 순간에 여러가지 고민이 오고갔다. 내 대답은 위의 보기에는 없는, 그저 어색한 웃음. 물어 본 그의 표정을 다시금 살피고. 쌌던 짐 다시 풀고 자리에 남아야 할까? 아니면 가도 될까? 그 순간의 시간 속에 머릿 속이 그렇게 복잡해 지는 경험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쨋든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퇴근을 하였다. 물론 그 날의 퇴근 길은 매우 기분 더럽고 별로였지만.

그 다음 날부터 꽤 오랫동안 야근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고기고 먹어 본 놈이 먹는다고, 야근도 하던 사람이나 하는 것이지. 한 때 칼퇴근의 대명사였던 나에게 야근이란 가당치도 않은 일.


아마도 조금 느슨해진 나의 모습에 경종을 울리려는 상사의 일침? 배려? 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퇴근 시간에 짐싸서 가는 사람에게 왜 벌써 가느냐고 물어보는 시덥잖은 농담은, 농담이라기 보단 지나친 간섭이고 별로 아름답지 않은 행동이다. 왜 가냐니, 나의 하루를 회사에서 잘 보내고 이젠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재충전 하러 가는 길인데.

언제부터 우리는 남의 눈치를 보며 나의 퇴근까지 걱정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던가.



위 에피소드는 작년의 일.

올 해 작은 조직을 하나 맡으면서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하는 상황이 생겼다. 연초에는 준비할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아서.. 그리고 과제까지 하나 하다보니 자연스레 야근을 하게 되었다. 

저녁 먹을 시간에 같이 저녁 드실 분? 했을 때 어느 누구하나 같이 드시죠, 하는 사람 없이 뿅 하고 사라지는 팀원들을 보니 은근 섭섭하였다. 일주일에 상사는 몇 번이나 야근하고 과제 고민하다가 집에 가는데, 팀원은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집으로 쉽게 가다니? 그러는 생각들이 쌓이면서 정말 위의 상황이 바로 떠올랐다. 이런 걸,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고 하는거지. 그러면서 아이러니 하게도 나에게 저 질문을 던졌던 상사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참, 사람 마음 간사해서...


당연히 집에 갈 시간에 가는 사람을 마뜩찮게 생각하는 마음이 들어서, 이게 뭐라고 섭섭하다니 나도 참 못났다 싶었다. 하지만 난 절대로, 요즘 일 없나 봐? 는 하지 않으리라 (차라리 그냥 내가 일을 주면 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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