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y Nov 20. 2015

follower로서의 회사 생활

상사만 죄냐?

다소 도발적인 부재를 붙이기는 했다만, 중간 관리자로 몇 년간 일을 하다보니 상사도 바꾸게 되지만 같이 일하는 후배 사원도 많이(?) 바꾸게 되었다. 음 생각해보니 나를 비롯해 사람들과 틀어져서, 또는 몇 년 하다보니 아예 다른 일을 원해서 팀을 이동한 경우도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이유의 1위가 '사람 때문에'인 것을 생각해 보면, 일이 안맞아서라는 것은 어쩌면 대의명분인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팀을 옮기고 싶어서 나에게 면담을 요청했던 과거 팀 동료도 있었다 (이건 정말 일 때문에). 말렸지만 부득 불 본인의 선택으로 자리를 이동했는데 거기서도 또 일 잘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빈 자리엔 신입이 들어오고 누군가는 퇴사도 하고... 이런 것이 나름의 다이나믹한 회사(조직)의 모습이지 싶다. 


각설하고. 

시중에는 '좋은 리더 되기'에 대한 덕목이 넘쳐난다. 그리고 늘 회사에서 강조하는 것도 바로 리더십이다. 강력한 독재자형 리더는 안된다, 섬기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매니징이 아닌 리딩을 해라, 리더의 자질 함양이 문제다, 21세기의 리더는 이래야 한다 등등등. 리더를 위한 교육의 기회는 차고 넘친다. 리더에게 많은 짐을 지워준다. 리더는 다 받아주어야 하고 들어주어야 하고 기회를 제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것을 엄청나게 강조 한다. 그러지 못하면 무능한 리더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와는 달리 안타깝게도 좋은 후배사원 (또는 follower나 junior)에 대한 교육이나 자기 성찰은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하다. 아니,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 리더가 잘 하면 다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많은 후배 사원들을 겪어보고 난 후, 조직 측면에서 리더에게 요구되는 것 만큼이나 follower의 attitude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나름의 결론을 내려본다. 실제로 나도 가끔 돌이켜본다. 나는 괜찮은 후배였었나? 나는 선배에게 부끄럽지 않았던가? 그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좀 무안했던 과거의 행적들을 저기 어딘가 묻어버리고 싶어진다. 나도 남 부끄럽지 않게 내 상사 욕하고 무능하다고 비난했드랬다. 


요즘의 후배 사원들... 따지고 보면 개인의 능력으로는 어디 모자랄 것 없는 사람들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만큼 일도 잘하고 나에겐 전혀 없는 능력과 경험도 풍부하다. 다만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함께 일하는 조직 구성원으로서 남을 존중할 자세를 갖고 행동을 하지 않았던 부분들이다.


-위기를 모면하려고 거짓말을 하는 후배가 있었다. 그의 사수가 나에게 어쩌면 좋겠냐고 심경을 토로했다. 확인해 보니 정말 거짓을 얘기하고 있었다. 한 편으론 그가 그런 행동을 하도록 몰아 세운 리더의 잘못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거짓된 행동이 정당해 지지는 않는다.

-회의할 때면 언제나 메신저를 끼고 사는 사람이 있었다. 그 때가 아니면 안되는 급한 문제도 물론 있다. 하지만 항상 그렇다면 그건 회의에 참석하는 자세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해결해야 할 문제가 급하고 메신저로 주고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양해를 구하고 회의를 떠나는 것이 맞다. 

-누구보다 자기 상황이 가장 어렵고 힘들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이상하게도 꼭 있다..). 그러다보니 상사로서, 리더로서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데 정작 그에 대한 본인의 만족도는 낮다. 본인의 행동이 다른 타인들로 부터 지적을 많이 받자 울면서 나는 억울하다고 토로하는 후배도 있었다. 

-정해진 일만 딱 하면서 지금의 일이 성에 차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었다. 직장에서 일을 다루는 태도가 누구나 다르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만, 스스로 높은 목표가 있다면 그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말과 행동이 다른 후배, 쉽지 않았다.


위에서 말한 내용들, 당시의 리더가 달랐다면 모두 아름다운 미담으로 바뀔 수 있을까? 글쎄, 난 잘 모르겠다. 타고난 리더십이 있을 수도 있겠다만.. 많은 경우 조직 안에서 교육과 여러 기회를 통해 리더로 길러진다. HR이 좋아하는 리더 육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리더도 '길러져야' 하는 것처럼 follower도 '알아서' 성장하지 않는다. 장황하게 늘어놓았다만, 결론은 간단하다. 그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사에게 사랑 받는 보고서를 써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