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는 일이 '남의 기술' 알아보는 것이라 여러가지 소스를 정해놓고 매일 체크합니다. 괜찮다 싶은 기술이나 성과가 있으면 한국에 있는 담당자에게 연락을 하지요. 이러이러한 기술을 발견했는데 혹시 관심 있다면 더 알아보겠다고 말이죠.
물론 제 영역을 벗어나는 일들이 많습니다. 세상은 넓고 전문성은 깊습니다. 그래도 경력이 경력인지라 대충 어, 이거 요즘 관심있게 진행되는 일이잖아, 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요.
오늘 아침, 늘 체크하는 뉴스피드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연구원이 무척이나 관심을 가질만 한 내용이네요.
기술적으로 아직 한계는 있지만 우리가 접근하려는 방식에 딱 맞는 기술적 성과거든요.
저의 평상 시 일처리 방식으로 본다면 당연히 포워딩해드렸어야 하는데 '잠깐'하는 생각과 함께 이메일을 보내야 할 손가락이 멈춤 상태에서 더 이상 나아가질 않습니다.
경험 상, 이 분(들)에게 연락해 봤자 별 것 없을 것이라는게 예상되었기 때문이지요.
(별 것 없다 = 반응이 없다 = 답장도 없다)
예전에도 몇 번 의견을 묻거나 진행 중인 일로 협의한 적이 있는데 썩 좋은 기억이 없었습니다.
학습된 무기력은 그 힘이 어마어마 합니다. 알려야 하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멈칫하게 만들었으니.
그 분들은 처리해야 할 수 많은 일들이 있다보니 정보검색이 뒤로 늦춰질 수 있습니다. 제 처지는 이보다는 좀 낫습니다. 저는 정보검색이 제1순위 업무니까요. 요즘 같은 시대에 조금이라도 빨리 정보를 전달해야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관련해서 여기서 겪은 일들이 생각납니다.
외부 연구자들과 이메일을 주고 받다보면 깜짝 놀라는 일이 있는데요,
아무리 사소한 약속이나 내용일지라도 꼭 '잘 알았다'라는 피드백을 준다는 것입니다.
굳이 Re:re:re:re.... 의 쓰레드 더미 속에 'Yes, noted' (너의 메일 잘 받았어 정도의 대답) 수준의 회신 메일이 번거로울 때도 있지만 적어도 수신자가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는 있는 셈이지요.
그래서 그 이후 아무리 짧더라도 '알겠다'라는 뜻을 전달하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연구하는 분야에서 무척 흥미로운 기사가 있네요,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쓸 이메일의 내용은 아마도 이 정도 일 것이구요.
제가 바라는 것은 칭찬이 아닙니다.
그냥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수준의 짧은 피드백이면 충분해요.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고, 누구라도 그런 이야기를 해주면 알았다라고 답 해주는 작은 차이가 당신의 가치를 달리 만들어 줍니다. 동료에 대한 Respect! 이런 자세를 갖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신자가 그것 조차도 보내지 못할 정도로 바쁜 일과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요.
저는 아마도 오늘 발견한 이 흥미로운 기사를 포워딩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저 그들이 조만간 이 기술에 대한 기사와 논문을 접하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