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일을 간단히 설명하면 외부 기술을 탐색하고 회사에 도움이 될만한 것을 찾아 잘 연결시켜주는 업무이다. Open Innovation, Open research라고도 부르는 이 일의 성공은 결국 사내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글을 예전에 쓴 적이 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너무 사람 의존적인 해결책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좀 더 시스템적으로, 회사 안에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은 어떨까?
공식적인 기술 검토와 리뷰 단계가 있다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른 것은 여전히 고민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굴자와 검토자 사이에 온도 차이는 분명 있다. 그렇지만 차이가 너무 커서 아예 실현(즉 외부 기술 제안에 대한 내부 채택) 조차 어렵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답답한 마음에 구글링을 해보니 Open Innovation이라 부르는 활동들이 실패하는 까닭을 잘 정리해 놓은 것이 있다. 매우 공감하는 마음에 정리해 본다. ( )안의 내용은 내 나름의 해석이나 생각.
1. 내부에서 스스로 혁신할 수 없는 역량을 가진 회사/조직이라면 외부의 동업자와는 더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우선 조직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역량이 필요하다).
2. 많은 회사들은 외부의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매우 뛰어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못미치는 경우가 많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지 말고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어떻게 우리 것으로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3. 회사 자체가 가진 문화와 비즈니스 특성을 무시한 채, 좋아보이기만 하는 경쟁자들의 방법을 따라하기만 한다 (내 몸에 맞게 옷을 잘 재단해서 입어야 한다).
4. 회사 스스로도 Open Innovation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잘 모른다. 직원이나 동업자, 고객들에게 그 의미를 전달하거나 설명하지 못한다 (내부적으로 이런 일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여 이해도가 낮고 왜 해야하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5. 다양한 사내 조직들 (특히 운영과 관련된 조직)이 혁신의 초기 단계를 incubation하는 일에 충분히 연결되어 있지 않다 (4번과 유사한 의미. 사실 운영조직일수록 Open Innovation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6. 경영진들은 성공적인 Open Innovation 추진에 따른 위험 요소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경영진 중에 Open Innovation 경험이 없는 사람이 많다면 더더욱 이해도가 떨어질 듯 하다).
7. 회사는 종종 '일 잘하는 사람들'을 Open Innovation 업무 책임자로 두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일 하는 사람들은 일상적인 업무에 익숙한 경우가 많다. 즉 Open Innovation과 같이 새로운 관점의 일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필요하다 (적재적소에 잘 맞는 인력 배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8. 회사와 회사의 계약인 경우, 상호 Win-Win 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자신만 이익을 얻길 바란다 (Give and take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종합해 보면 말만 번드르하게 '우리도 Open Innovation 합니다'라고 할 것이 아니라 내부적인 역량을 쌓고 이해도를 높여여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조직 운영과 관련하여 경영진들의 이해와 관심 또한 필요하다.
얼마 전 외부 기술에 대한 보고서를 2개 올렸는데 사람들의 관심이 참 차갑다.
다들 자기 일 바쁘고 힘들 때라는 것도 잘 안다.
답답한 마음이면서도 어떻게 하면 내 일의 의미를 내 동료들에게 좀 더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은 계속된다.
Open Innovation이라는 표현 그 자체처럼, OPEN이라는 단어에 답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