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y Sep 26. 2019

미래를 보는 눈

(출처: GettyImages)

최근 동종업계의 세계 1위 기업에서(최근 기술 분야에서) 매우 핫 한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출시했다. 다른 브랜드나 경쟁 회사에서도 일찌감치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기술을 언급한 제 품이 최근 1~2년간 시장에 소개되긴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출시한 브랜드는 이름값을 하는 고급 브랜드일뿐 아니라 그에 걸맞는 기술 적인 홍보를 잘한 덕에 배울 점이 많았다. 


워낙 기술과 시장의 변화가 다양하고 빠른 직종에 근무하다 보니 타 회사의 제품개발 동향과 출시에 민감해진다. 연구논문을 쓰다 보면 ‘스쿱 당했다’(Scooped)는 말을 할 때가 있다. 내가 준비하고 있는 연구의 주제나 내용이 매우 유사한 논문이 세상에 발표되는 것을 말 한다. 그러면 다음에 나오는 논문은 ‘최초’의 타이틀을 빼앗기고 마 는 셈이다. 연구라는 것에도 소위 ‘선빵’이 중요한데 회사에서는 오죽하랴. 특히 기술 첨단 또는 첨병이 되어야 하는 연구원으로서 뒤쳐지지 않게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고민이 많다.

 

인간과 함께 공생하는 미생물을 이해하고자 시작한 과제인 Human Microbiome Project는 2007년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 는 발견의 속도가 더디지만 연구 펀드가 늘어나고, 관련된 기술의 발 전과 함께 연구자 개인 또는 그룹이 성장하면서 폭발적으로 데이터 가 쌓이기 시작한다. 대규모의 기초연구가 어느 정도 완료된 시점이 되면 회사 연구원들은 ‘응용’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즉 사실(Fact)을 바탕으로 상용화된 기술, 즉 제품에 탑재할 수 있을지 알아보게 된 다. 사내 인트라넷을 잠시 뒤져보았다. 역시 기대했던 대로 2015년 즈음부터 인텔리전스(업계 동향, 기술 트렌드의 모니터링 활동)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제목과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2015년에 발간 된 많은 기사에서도 유망한 미래 10대 기술의 하나로 마이크로바이옴이 소개되곤 했다. 2007년에 시작한 연구가 채 10년이 되지 않아 미래의 핵심 주제로 인정된 것이다. 


기술에도 성숙주기라는 것이 있다. 미래를 바꿀 혁신 기술로 주목 을 받아 폭발적인 성장을 하지만 실제보다 부풀려진 기대로 인해 한 번쯤은 크게 가라앉는다. 이후 천천히 성숙하면서 일반적인 기술로 남게 되거나 사라진다. 혁신 제품이 되기 위해 반드시 ‘첨단’기술을 도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적당히 성숙한 기술을 재빨리 도입하거나 이미 사용된 기술도 재해석하면 새로운 것이 되기도 한다(어쩌면 사전적 의미의 혁신이 여기에 더 가까울지도). 물론 첨단의 기술을 적용, 활용한 혁신도 필요하다. 제품 개발에 대한 기술 전략이 섬세하게 운영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 기술개발을 통해 시장에 알맞은 제품을 출시할 적기는 언제일까? 그것은 대체 누가 제시해 주어야 할까? 연구원의 관점에서 는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것도 있지만 이와 더불어 최신 기술의 발전 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제품개발의 시기나 방향에 대한 좋은 인사이트를 찾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단, 기술 자체에만 관점을 두지 말자. 시장 흐름을 전제에 둔 인사이트가 되어야한다. 어디선가 본 글인데, ‘좋은 엔지니어는 기술이 아니라 시장에 집중한다’ 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기술에 대한 인사이트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논의하다 보면 진행하고 있는 기술개발의 중요성과 우선순위, 투자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면 마케팅 입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의 제품 기술을 제안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텔리전스 활동을 통해 얻는 ‘좋은 인사이트’란 무엇이고, 비즈니스에서 의미(가치)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어떤 기술이 얼마나 높은 가치를 가질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 일지, 기존 기술과 어떤 차별성을 가지는지,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기 술로 발전할 수 있을지 등을 예측하는 것이다. 말이 예측이지 상상에 가깝다. 객관적 데이터가 중요하고 팩트로 움직여야 하는 연구원이 할 얘기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기업의 연구개발은 때로는 다 양한 상상 속에서 더 의미 있게 펼쳐질 수 있다고 점점 깨닫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은 아직 그 자체로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개인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원하는 기술의 흐름과 성숙도는 전혀 다르다. 고객에게 제시하는 기술의 가치는 연구자의 눈높이와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글로벌 회사는 우리보다 더 상상력을 발휘했는지 모른다.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낼 수 있다는 충분한 데이터와 자신감으로 시장에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냥 부러워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할 일을 차근차근 정리해 보자. 우선 기술 트렌드를 잘 모니터링 해야 한다. 기술 센싱, 인텔리전스, 모니터링, 트렌드 왓칭(서칭) 등이 비슷한 말 들이다. 이런 활동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트렌드 속에서 유용한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관점에서 기술개발의 방향과 전략을 잡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지지해주는 의사결정과 과감한 실행력이 필요하다. 미래에 대한 기술 예측이 어렵다는 점은 잘 알면서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잠시 나마 아름다운 상상을 한 번 해보았다. 


























이전 12화 업무 매뉴얼을 만들어 보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