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넓얕의 머릿말에 있는 문구다.
현대 철학의 거물 비트겐슈타인은 그의 책 <<철학적 탐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자가 말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어진 환경과 개인의 경험이 다르다면 우리는 같은 말을 한다 해도 서로를 조금도 이해할 수가 없다.
어쩌면 이런 상황을 매일 매일 마주하게 된다. 요즘 우리 사회의 담론들도 여기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똑 같은 한국어를 사용해서 말하고 듣고 있지만 내가 살아 온 환경과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경험의 차이는 처음에는 작아 보일지 몰라도 전체 구조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 앞이 안 보이는 사람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며 '이게 코끼리의 모습이군' 오해하듯, 분명 성장 배경과 그에 따른 경험의 차이가 똑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함께 이해도를 다르게 하기 마련이다.
회사 안에서도 이 상황은 다르지 않다.
마케터는 마케터대로, 연구원은 연구원대로 각자의 방식과 관점에서 상품과 기술을 설계한다. 개인적으로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화성 남자, 금성 여자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이것은 평생 만나지 못하는 기찻길의 평행선과도 같은데, 가끔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긴하다. 예를 들어 그 누구보다 상위 리더 (보스?)가 억지로 만나게 하거나, 어쩌다보니 우연히 같은 역에서 내리거나. 또한 같은 연구원일지라도 Development 업무에 있느냐, Research 업무에 있느냐에 따라 깊이와 관점의 차이가 너무나도 분명하다는 것.
재미있는 사실은 자신의 위치가 이동되면 동시에 관점이 바뀐다는 것이다. 연구원 출신이었는데 마케터로 이동한 사람은 부쩍 연구원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오히려 아는 사람이 더 하다고 한다), Development 부서에서 Research 부서로 이동한 팀장이 갑자기 Research 연구원들의 애환을 알게 되는 일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Job rotation은 또 나름의 의미가 있구나 싶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각자의 처지를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능력 개발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서로 일을 잘 하려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다. 사실 업무에서 있어서 논쟁의 문제는 옳고 그름 보다는 대부분 관점 차이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대게 내 주장이 받아들여 지지 않음에 분개하거나, 그로 인해 내가 무시 받았다고 느끼는 순간 협의는 산으로 간다. 내년에는 좀 더 유연하게 상대의 처지에서도 생각해 보는 관점을 가져보기로 결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