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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도 고양이

by nay

언제부턴가 우리가 살고 있는 콘도 출입문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살기 시작했다.

처음엔 길고양이가 어쩌다 단지 안에 들어온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콘도를 경계짓는 담벼락 하나만 넘어가면 10마리는 족히 되는 고양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그들이 길고양이인지 아니면 늘 밥을 챙겨주는 어떤 할머니의 소유인지 알 길이 없다. 몇 마리는 할머니의 친구일 수도 있고, 나머지는 밥 먹으러 찾아오는 다른 동네 고양이일 지도 모른다.


혹시나 아이에게 해가 가지는 않을까 싶어 절대 쓰다듬지는 말라고 했다. 집 밖에서 살다보니 위생 상태도 걱정된 것은 사실이다. 얼마 있으면 사라지겠거니 싶었던 이 녀석은 어느 새 콘도 입주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되었다. 문 앞에 있다보니 오고가는 사람은 누구나 고양이의 존재를 인지할 수 밖에 없다. 언젠가 퇴근 길에 보니 한 사람이 정신이 팔린 듯 고양이와 교감을 하고 있었다. 콘도에 있는 사람들은 이 녀석을 Garfield라고 부르나.
언제나 늘 같은 곳을 배회하거나, 누워있거나, 자리를 잡고 있는 탓에 혹시나 여기 살던 어떤 사람이 이사하면서 버리고 간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보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못 안쓰러운 마음이 앞선다. 콘도의 가드 직원이 몇 번이나 쫓아내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서 어쩌면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닐까, 괜히 감정을 담아보기도 한다.


이제는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문 앞에 이 녀석이 없으면 주위를 두리번 거리게 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라도 모습을 보이면 순간 안심이 된다. 이 글을 쓰다가 문득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너무 오래 전 봤던 작품이라 줄거리가 기억나지 않는다. 제목만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얼마 전 콘도 사람들이 이용하는 내부 게시판에 누군가 이 고양이를 입양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올라왔다. 관리 사무실에서는 혹시 모를 가능성 때문에 고양이를 콘도에서 치우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이미 이 고양이가 콘도의 상징이나 다름 없다며 절대 안된다고 했다. 반면 모든 사람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고양이 한 마리의 거취(?)를 두고, 특히 어떻게든 같이 지내고자 하는 압도적인 의견 속에 하나 둘 자기가 입양해서 케어 하겠다는 글을 보면서 참 다들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느 새 굳이 누군가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될만큼 많은 사람들이 집 없는 고양이를 돌보고 있다. 언제까지 여기에서 같이 지낼지 모르겠지만 건강히 잘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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