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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Apr 29. 2020

대단한 걸 요구하지 말라

혁신이란 말을 아껴서 혁신에 성공하자

HBR에서 재미난 기사를 발견했다. 

혁신하고 싶다면 혁신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는 주장이다. 


유명한 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타인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기 보다는 거부하거나 피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상사가 아무리 혁신을 외쳐도 일단 본능적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단한 무엇’을 요청 받으면 적극적인 참여보다 뒷걸음질 치는 것이 우선이 된다고 한다. 기사 내용에선 혁신, 이노베이션이라는 표현 보다 다른 용어, 특히 친숙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용어를 사용하면 사람들이 덜 거부감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혁신' 보다는 ‘아이디어'나 ‘재발명' 정도도 충분하다. 

단순히 생각해 봐도 혁신적인 신규 기술을 가져와 보라는 말을 들을 때 느끼는 부담 대비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좀 봅시다.. 하는 것이 낫다. 


용어가 주는 부담에 대한 것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올해 주어진 업무 중의 하나가 ‘빅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이다. 얼마나 ‘빅’해야 빅 아이템이 될 것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전략 부서와 논의했는데 말만 그렇게 지은 것일 뿐, 다양한 종류의 시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러니 너무 이름에 집착하지는 말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머리 속에 ‘빅 아이템’에 대한 이미지는 강하게 박혀있다. 그 결과 이런 것을 제안해도 될까? 하는 자기검열적 사고에 갇혀버렸다. 본사에 소개하고 싶은 연구나 기술 주제를 찾았다고 해도 이 정도는 너무 약한 것 같아.. 이 내용은 그다지 ‘빅’하지 않은 것처럼 보여..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드는 것이다. 

그 외에도 회사에서 일어나는 몇몇 일들을 보면 가끔 이해가 되지 않는 과한 표현이 있다. 좋은 문구로 잘 소통하고 싶은 욕심이겠지 싶은데, 그럴 듯해 보이는 명칭, 거창한 이름 보다는 소박하더라도 진심이 느껴지고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용어가 더 바람직할 것이다.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을 때 가장 핏도 좋고 보기도 좋다. 


어차피 기업 내부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늘 기존과 다른 새로운 것을 찾는 과정의 집합이다. 

얼마 전 누구의 글에서 본 것처럼, 이젠 혁신 제품이란 말도 식상하다. 

사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발표자리에서 ‘여러분, 이게 바로 혁신 기술/혁신 제품입니다’라고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혁신 제품인지 아닌지 인정하는 주체는 결국 시장과 고객이다. 내부적인 혁신 시상은 어쩌면 그들만의 리그, 자기 만족 (또는 자가당착)이다. 혁신제품이라고 서로 칭찬하고 자랑했는데 판매가 시원찮으면 혁신이라는 말의 의미가 이상하게 꼬일 수 있다. 말하는 모든 것이 혁신이 되어버리면 진짜 혁신은 가치를 찾기 어렵다. 


지난 번 혁신상품은 사실 에이스가 아니었습니다~라고 고백할 것인가? (출처: 무한도전)


구성원에게 적당한 긴장과 부담을 주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 기사를 통해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결국 어떤 분위기에서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일하는 문화, 일터의 분위기가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근거와 효과들은 이미 많은 곳에서 증명되어 있다. 

작은 일들을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누적 시킬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 

언젠가 나도 모르는 사이 그토록 바라 마지않는 혁신으로 도약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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