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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Mar 16. 2021

이기적인 승자가 되지 않기를.

넷플릭스에서 시카고 불스의 흥망성쇠를 자세히 다룬 다큐 <라스트 댄스>를 무척 흥미롭게 시청했다. 전에는 잘 몰랐던 마이클 조던의 리더십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단지 뛰어난 실력을 가진 승부사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상상을 뛰어넘었다. 승리를 위한 집착과 엄청난 몰입. 마이클 조던을 만든 것은 집착 수준의 승부욕이었다. 때로는 잔인하리만치 동료들을 밀어붙이는 리더이자 동료였다. 

세상은 한 명의 '영웅'을 중심으로 서사를 풀어 가기를 얼마나 좋아하는가. 모든 스포트라이트, 미디어의 관심은 마이클 조던에게 쏠렸다. 과도한 관심 속에서도 멘털을 잡고 실력을 보였기에 농구의 황제가 된 그다. 결과적으로 조던의 활동 시기에 시카고 불스가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다.   


<출처: 넷플릭스>


걸출한 영웅 하나가 세상을 구하던 시대는 끝났다. 007은 지구 정복을 꾀하는 악당을 혈혈단신으로 해결한다.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는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지만 동료들의 도움 없이 임무를 완수하는 것은 말 그대로 불가능하다. 마블의 <어벤저스>는 어떤가. 다들 엄청난 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이지만 한 명의 활약으로 세상을 구하기 어렵다. 더 강한 타노스를 이기려면 각자 뛰어난 자기만의 능력과 힘을 합쳐야 한다. 누군가의 약점을 거두어 주는 상호 보완이 시대정신이다. 


한 직장에서 오랜 시간 머물다 보니 어느덧 리더라고 부르는 자리에 있다. 작은 조직이어도 리더의 할 일은 분명하다. 조직의 성격을 규정, 그에 맞게 업무 방향을 잡아야 하며, 동료와 함께 해결한다. 필요하면 의사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진다. 김호 작가는 그의 책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의 상사가 된다는 것은 자신이 맡은 직원의 직업적 삶을 개선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상사라고 표현했지만 그것을 '리더'라고 바꾸어 읽어도 무방하다. 자신이 맡은 직원은 '동료'라고 대체할 수 있겠다. 즉, 누군가의 리더가 된다는 것은 함께 일하는 동료의 직업적 삶을 개선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직업적 삶에 대한 개선 의무는 무엇일까? 정의는 각자 다를 수 있으나 내 관점에서는 이렇다. 적어도 선배로서 겪은 고충과 업무의 불합리함을 다음에 오는 후배와 동료들이 겪게 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예전부터 그렇게 해 왔으니까, 어쩔 수 없는 상황논리라서, 원래 그렇게 하는 거니까, 입 다물고 시키는 것이나 하는, 그런 피동적인 삶을 대물림하지 않게 끊어주는 것이 직업적 삶을 개선해 주는 좋은 예시이다. 이런 생각의 끝에 과거와 현재의 상사는 나의 직업적 삶을 돌봐준 적이 있는지 떠올려 보았다. 팀 내 작은 연구 그룹의 리더부터 시작해서 팀장, 상무, 전무까지 기억 속 리더(상사)들을 소환해 낸다.


과거 상사(리더)들의 공통점은 쉽게 발견했다. 모두 자신의 성공과 성장에 밝았던 사람들이다. 조직에서 원하는 일을 잘 수행했고 결과적으로 회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동료를 이용해서 자기 성공을 쟁취한 사람도 있었고,

자기 잘난 맛으로 열심히 성과 챙긴 후에 홀연히 떠난 리더도 있었고,

너 할 일 그냥 잘 하라며 방임한 리더도 있었다.

물론 주변의 동료들을 챙겨 가며 소기의 성과를 잘 만든 리더도 있었다.

 

모두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이기적 승자였던 나의 선배와 동료들을 손꼽는 것이 너무 쉬웠다. 조금 허탈했다. 후배를 위해 올바른 길을 안내했던 누군가를 생각해 내는 것이 쉽지 않을 줄은 몰랐다. 


마이클 조던의 미친 승부욕은 팀을 최정상에 올려놓았다. 그가 떠나고, 감독이 떠나고, 동료들이 사라진 이후 시카고 불스를 이끌던 후임은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스포츠나 비즈니스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 그렇지만 전통의 강팀 또는 오래 살아남은 회사는 이기적인 리더의 힘으로 굴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잘못에서 교훈을 얻을 줄 아는 것, 그리고 리더가 잘못됨을 인정함으로써 그것을 바꿔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남이야 어떻든 혼자 살아남는 이기적인 승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 동료의 도움 없이 혼자 만든 성과가 있었던가? 회사 일이란 내가 앞을 다지면 누군가 뒤를 마무리하고, 선배의 노력을 후배의 손으로 다듬어 끝내는 일의 연속이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불합리함을 전부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임을 잘 안다. 그러나 끝내 모른 척하고 단지 나 홀로 승자가 되어 기쁨을 만끽하는 리더는 되지 말자. 후배의 직업적 삶을 조금이라도 바꾸어 주는 리더십으로 팀워크를 발휘해야 하지 않겠나. 


다른 이의 성장을 돌봐 주는 리더를 만나고 싶다. 

나도 그런 리더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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