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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Jan 24. 2022

결국, 신뢰

조직에 대한 로열티는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하다.

싱가포르 주재원을 했을  많이 낯설었던 것의 하나는 바로 손쉬운 이직이었다. 관찰자였던 란 사람은, 하나의 직장에만 온전히 자신을 바치는 개념이 희미해진 X세대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조직에 대한 강제된 로열티가 알게 모르게 몸에 배어 있는 습관과도 같은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싱가포리언들은 2-3 근무하고 나면 주변의 비슷한 회사와 비교하면서 연봉 협상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또한 신선했다. 한국에도 임단협을 통한 연봉 협상이 있지만 개인별로 참여할 기회는 없다. 회사와 노조 대표의 공개적인 협의 결과가  개인에게 반영되는 것으로 끝이다. 글로벌 회사가 많은 지역이라 그런 것인지, 문화적 차이인 것인지 파악하지는 않았지만 개별적으로 자신의 보스에게 ‘연봉 OO% 올려달라 요청과 딜을 하는 것이 가끔은 멋지다고 생각했다. 물론 요청을 받은 보스(한국인)들은 괴로운 나날을 보내야 했지만 말이다.

개인 입장에서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더 좋은 조건의 직장으로 이직하면 그만이다. 자유롭게 이직하고 채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니 보스가 왜 너는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부족하냐, 그렇게 살아서(?) 되겠냐고 물어볼 수 없다(주재원 대부분 40대 중후반이고 회사가 해외로 보내줬으니 그들은 사실 찐 회사 편인데 얼마나 답답했을까). 회사 입장에서 적절한 임금 조건에 적합한 인물이 채용되면 그만이니, ‘꼭 잡아야 할 만큼의 인재’가 아닌 이상 굳이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고 서로의 관계를 종료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 역시 하나의 옵션이 되겠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높은 기대감 같은 것은 어느 직급까지 유효할까?

예전에는 임원이나 팀장들은 그래도 조직 충성도가 높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회사에서 맡고 있는 직책과 역할 상 그래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옆에서 쭉 지켜보니 그들도 결국엔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칠 수밖에 없는, employee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충성심과는 별개로 현재 직장에 대한 집중과 함께, 내 직장이 잘 되어서 비즈니스가 성공하고, 매년 성장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래야 매월 살아가는데 필요한 급여를 따박따박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회사와 직원은 계약으로 맺어진 사이라는 것을 다시 상기해 본다.


오랜 기간 회사를 다니면서 깨달은 중요한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회사가 성장을 했을 때 직원들이 그에 적합한 보상을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하나 더, 회사는 그 누구보다 직원들에게 솔직하고 투명한 소통을 해야 한다는 것도 경험을 했다.

아무리 우리가 일로 만난 사이, 계약-피계약의 근로 계약, 월급을 주고-받아가는 그런 정도의 관계라고 해도 자신이 속한 집단이 잘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 회사원에게는 직장이 최우선일 수밖에 없으며 조직 안에서 승진의 사다리를 타건, 개인적인 역량의 성장을 체험하건, 어쨌든 자기 회사가 좋은 실적을 내는데 기여하려고 노력하지 않겠나.

그렇게 개별 직원들의 노력, 때로는 희생을 먹고 회사는 무럭무럭 자란다. 그걸 보상해 주는 것의 일등은? 돈이다. 복지나 각종 혜택, 회사에 대한 자부심 같은 부수적인 것도 보상의 일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시 매월 받는 급여나 연간 목표 달성에 대한 상여를 해줘야 ‘일할 맛’ 나지 싶다. 목표치 얼마였고, 여러분의 노력 덕분에 그만큼 달성했으니 약속대로 OOO% 지급. 어렵지도 않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실행하면 된다. 항상 성장이란 없기에 어떨 때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약속했던 것만큼의 보상이 안될 수 있다. 그럴 때 이러이러한 이유로 올해는 이 정도의 보상만 가능하다는 경영진의 솔직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보상은 줄어들겠지만 직원들은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회사는 반드시 약속했던 것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계약으로 맺어진 사이에도 ‘신뢰’라는 끈이 있을 때 그렇게 바라마지 않는 충성심이 자라날 기회가 생긴다. 신뢰란 참 신기하게도 쌓는 데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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