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면 발표 기회가 다양하게 생깁니다. 팀의 정기 미팅 같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발표도 있고요, 보다 큰 무대(연말 시상을 위한 파이널 라운드)에서 펼쳐지는 멋진 발표도 있습니다. 저도 중요한 발표에서 치밀한 준비 끝에 좋은 성적으로 수상과 해외 연수 기회를 잡은 적 있습니다. 제가 어쩌다 발표자로 올라간다고 하면 ‘뭐야 상 받겠다는 거야?’라는 농담 섞인 질문도 받아본 적 있으니 그래도 그럭저럭 발표는 하는 모양입니다.
직장에서의 발표란 무엇일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의 끝에 <Infotainment>라고 정의 내렸습니다.
정보와 재미가 둘 다 담긴 일종의 쇼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보는 없고 재미만 있으면 남는 것이 없고요, 정보는 훌륭한데 재미가 없으면 지루한 시간이 되고 맙니다.
대학원 과정에서 연구 내용을 발표할 때는 너무 딱딱했습니다. 연구 배경 설명하고, 실험법 소개하고, 데이터 쫙~ 늘어놓습니다. 이 데이터는 어떤 의미이고, 나는 일을 잘했고 (또는 못했고) 등등 설명 위주로 하게 됩니다. 재미는 없을지라도 정보는 확실하게 많습니다. 사실 교수님이나 선배들로부터 데이터나 제 연구에 대한 공격에 방어(디펜스) 하는 것에 더 익숙해집니다. 내 자랑보다는 방어적이어야 바람직 하달 까요. 그런 쭈글이 자세는 졸업까지 이어집니다 (대학원 석사/박사 졸업을 위해 학위 논문 심사가 있는데, 심사위원들의 공격으로부터 보통 디펜스를 한다라고 하지요. 애초에 패시브한 위치에 서는 겁니다).
회사에서 발표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합니다. 디펜스만 하다가는 일 못하는 사람이라고 찍힐지 몰라요. 적극적이고 공격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성과를 자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잘한 것은 <나 잘했소>하고 광고할 줄 알아야 합니다. 쭈글이 시절은 잊어버립시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해요.
정보의 제공도 필요하지만 청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약간의 MSG도 톡톡 쳐야 합니다. 거짓말을 하라는 것이 아니고요, 듣는 사람이 기대감을 갖게 하는 발표자가 되란 뜻입니다. 신입 사원일 땐 이런 걸 잘 몰랐습니다. 각성(?)한 이후로는 다른 동료들의 발표를 볼 때 더 많이 느낍니다. 한마디 하고 싶을 때도 많습니다. 여긴 학교가 아니라고!
회사에 오기 전에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배운 적은 없습니다. 특별히 그런 배움이 필요하단 생각조차 하지도 않았고요. 그냥 되는대로 하면 되지,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입사 초반에 운 좋게 프레젠테이션 스킬에 대한 외부 특별 강의를 하루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제일 흥미로웠던 것은 발표하는 저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서 다시 보여준 시간이었습니다. 일단 카메라에 비치는 제 모습이 무척 낯설었습니다. 조금 익숙해져 자세히 나를 관찰해 보니 자세도 이상하고 발음 전달 잘 안 되는 건 보통이고요. 갈 곳 잃은 눈빛과 제스처 모두 빵점이더군요.
자신을 객관화해서 보는 기회가 쉽지 않은데, 제게는 이 특별 과외가 무척 큰 도움이었고 아직까지도 그 시간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발표 스킬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발표를 준비할 때면 항상 머리에 떠올라요. 강제로 강의에 참석했었지만 유익함으로는 손에 꼽는 교육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받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곤 합니다. 배우기 전보다 더 나은 발표자가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봐요. 만약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다면 자기 발표를 직접 촬영해서 셀프 피드백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것만큼 좋은 발표 공부는 없는 것 같아요.
또한 실전인 만큼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발표 자료를 만드는 과정도 발표와 한 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료를 잘 만드는 것은 좋은 발표자가 되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공부를 위해 책을 본다면 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발표를 하는 방법론도 있겠지만
발표 자료를 어떤 식으로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고 입체적인 발표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
라는 내용이 더 적합하지 싶어요.
특히 저처럼 연구직에 있는 사람들은 비전문가에게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스킬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공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직이 아닌 분들도 마찬가지지요. 청중의 눈높이에 맞는 전달의 방법을 꾸준히 고민해야 합니다.
요즘은 워낙 좋은 영상 자료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애플 키노트를 수없이 보면서 발표를 대하는 자세, 대중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많이 공부했습니다. 요즘은 TED가 참 좋은 시청각 자료인 것 같습니다. 남의 발표를 보면서 내게 필요한 것을 뽑아내는 공부를 권합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에 발표에 필요한 자료를 만드는 기본기를 잘 익히고 다져 놓으면 남은 회사 생활이 훨씬 좋을 것이라 믿습니다. 회사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겠어요. 발표 자리가 그나마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기회인 만큼, 어떤 자리든 발표의 기회가 생긴다면 부담감 대신 긍정적인 마인드로 상황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