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 회사 연구직의 매력과 한계

by nay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김호 지음)라는 책에서 저자는 직장과 직업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직장은 남이 만들어 놓은 조직이고,

직업은 내 몸과 머리에 남는 개인기라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 돈과 교환할 수 있는 기술"


직장에서 일반적으로 승진이라는 달콤한 사탕이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이 됩니다. 연구직은 직장보다는 직업으로 더 괜찮은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회사를 옮기더라도 다른 회사에서 지속적으로 나의 브랜드 가치(연구분야에 대한 전문성)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즉 돈을 벌 수 있는 가치를 계속 제공한다는 것이지요. 연구 성과가 쌓이면 회사가 아니라 학계로 발을 넓힐 수 있다는 확장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상당히 괜찮은 업이긴 하죠? 직업으로서 회사 연구직이 갖고 있는 매력과 한계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연구를 계속할 수 있다.
이유는 각자 달라도 무언가 '연구라는 것이 좋아서' 대학원까지 진학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또는 대학원 진학 생각을 하고 계실지도요). 돈을 벌기 위함이든, 학계로 진출할 욕심이 없든 자신만의 목적과 목표로 회사에 취직을 했겠지요? 하다 보니 연구밖에 할 줄 몰라서요, 라는 대답도 있겠습니다만..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밝히는 즐거움에 대한 경험을 계속하면서 안정적으로 경제적 여유(돈)를 확보하는 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점입니다. 긴 시간 학부와 대학원 과정에 들인 시간과 노력을 잘 활용해서 돈도 벌고, 연구자로서의 삶을 사는 건 꽤 괜찮은 타협입니다.


회사는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대학원에 비교해 더 나은 점이 많습니다. 일단 워라밸 차원에서 퇴근 시간이 확보되는 삶이 보장되니까요. 필요할 때는 당연히 야근도 있지만 적어도 노동력을 착취당하다시피 하는 대학원에 비하면 훨씬 사람다운 생활과 보상이 가능합니다. 한편 출퇴근 시간이 너무 자유로웠던 대학원 생활을 했다면, 회사는 정해진 시간에 자기 자리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점은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연구비의 비중에서 보통 시약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꽤 됩니다. 대학원에서는 더 싼 것을 구하고 많이 아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태가 괜찮다는 가정 하에 썼던 것을 반복해서 사용하기도 하고요. 한정된 연구비 예산 안에서 일해야 하니까요. 회사는 비용을 아끼는 것을 중요시 하지만, 필요한 투자는 아끼지 않습니다. 조금 비싸더라도 더 빨리 결과를 얻거나 더 나은 퀄리티의 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다면 과감하게 투자합니다.


학교보다 더 자유로운 연구 테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교수님의 반대로 부딪힌 적은 없나요? 회사 연구직의 장점 중 하나는 자유도가 좀 더 높은 연구테마를 선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회사의 업과 완전히 동떨어진 이상한 연구를 하면 안 되겠지요. 어쨌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이 있다면, 멋지게 연구 기획과 계획서를 써서 상사를 설득하면 충분한 기회가 생깁니다. 그 일을 끈기 있게 추진하고 결과를 쌓다 보면 덤으로 해당 분야에 대해 회사 내 전문가가 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반대로 원하는 일만 할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회사에서는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의 중요성이 훨씬 더 높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에 당장 필요한 일을 우선 처리하고, 급한 불을 빨리 끄는 수시 업무가 항상 존재합니다. 그러다 보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성과도 잘 안 나올 수 있지요. 이럴 때는 상사와 적절한 합의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참고 일하는 성실함이 미덕이 되기도 하지만 불합리한 업무 로드는 어필해야 합니다.

실체가 있는 연구 결과 - 제품 출시
회사 연구의 가장 큰 특징과 매력은 바로 내 연구의 결과가 담긴 실체가 고객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소비재 업체의 연구 성과는 거의 바로바로 제품에 반영되기 쉽습니다. 신약 개발 같은 경우는 장기간의 지루한 연구개발 과정이 필요하지요. 물론 크게 잭팟을 터뜨리면 그 파장과 보람은 소비재 연구자와 비교할 수 없이 클 것입니다.
가족들에게 ‘내가 연구한 내용이 반영된 제품이 이거야’라면서 마트나 매장에서 자랑스럽게 제안할 수 있는 기쁨은 연구개발직이 누릴 수 있는 큰 기쁨입니다.

연구결과가 늘 좋은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야심 차게 준비한 기술개발의 결과물인 제품이 기대만큼 고객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갑작스러운 이유로 대량 폐기되는 경우를 옆에서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가 없더군요. 개발자로서 마음의 상처는 더욱 크답니다. 내 자식과도 같은 제품이 재고 처리되는 아픔은 제품의 시작부터 함께 한 연구개발자에게 슬픈 일이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과학적 성과 요구
이걸 장점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민망할 수도 있습니다만, 학계처럼 엄청난 수준의 연구 성과가 아니어도 충분히 만족감 있게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흔히 CNS(Cell, Nature, Science)라고 부르는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습니다. 물론 도전적인 자세로 더 좋은 학술적 성과를 달성하려는 시도는 필요합니다. CNS를 비롯한 피부과 최고 저널에 논문을 썼다고 칭찬을 들으면 들었지, 그 누구도 비난하거나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논문과 특허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자신의 미래 커리어 패스를 위해서도 좋은 태도입니다. 하지만 논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일은 거의 할 필요가 없습니다. Impact factor(논문의 피인용 지수)가 낮은 논문, 국내 학술지일지라도 제품 판매에 도움이 되는 목적성을 가지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자기 분야에서 인정할 만한 수준의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는 것이 직업으로서 더 안정적인 연구자로 자리매김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한 번은 경쟁사에서 근무하는 제 학교 선배형이 ‘넌 왜 그렇게 논문을 많이 쓰냐’며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쪽에서도 경쟁사 논문을 검색하는데 그 당시 워낙 제 이름이 많이 나와서 놀랐다면서요 :)


연구직을 수행하다 보면 다양한 커리어를 고민하는 시기가 다가옵니다.

그럴 때는 회사 내에서도 다양한 커리어 패스가 있으니 기회를 잘 살펴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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