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직종에서 일하게 되든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요구는 늘 있을 겁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한 개가 제품으로 이어져 대박을 내는 시초가 되니까요. 물론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고되고 지루한 과정이 당연히 따라와야 하지만 말입니다. 실천이 뒤따라야 하는 혁신은 누가 그 고단함을 멋지게 이겨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어쨌든 씨앗이 있어야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 제품 개발의 씨앗이 되는 아이디어는 매우 소중합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생각들도 자꾸 메모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하였지요. 드라마에서, 영화에서처럼 <어느 순간 전구가 켜지듯> 생겨나는 아이디어란 없습니다. 이것저것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어느 순간 하나의 러프 하지만 완성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진짜입니다. 뉴턴도 자신의 발견은 결국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서' 얻은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연구개발 회의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론은 무엇일까요? 회사를 다니시는 분들이라면 격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겠지만 늘 고객에게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고객의 니즈(Needs)를 잘 파악해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무언가 something를 제공해 주면 된다는 얘기죠. 필요한 것이 있는데, 그걸 제공해 준다니 고객은 당연히 '돈을 주고 사겠소' 하지 않겠냐는 매우 단순한 논리이기도 합니다. 좀 더 들어가면 고객의 요구는 Needs와 Wants로 나뉜다고도 했습니다.
Needs: 큰 범주의 원하는 것. 예를 들어 '배가 고프다, 뭘 먹고 싶다'
Wants: 원하는 것 중에서 특정한 어떤 것. '배가 고픈데, 햄버거를 먹고 싶다'
그러므로 단순히 고객 니즈에만 대응하면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정확히 원하는 것 Wants를 가져다줘야 제대로 팔릴 수 있는 겁니다. 햄버거를 먹고 싶은 사람에게 쌀밥을 주면 지갑을 열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말도 있습니다. 자동차가 개발되기 이전에 사람들이 필요로 한 건 더 빠른 말이지, 자동차라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탈 것이 아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 시절에 애플에서는 고객 조사 같은 걸 하지 않는다는 썰도 있었고요. 고객의 고충이니, Unmet needs를 찾아라, Hassle map을 그려라 등등 고객에서 시작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와 활동들은 꾸준합니다.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 보면 무척 재미있는 생각들을 하는 동료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들이 회사 안에서는 동료이고 회사원이지만, 회사 밖에서는 자신이 스스로 고객이기 때문에 필요한 것을 더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젠가 아이디어 대모집 활동 비슷한 걸 1년 내내 한 적이 있어요 (아이디어 대모집이라니 조금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실제 활동의 이름은 훨씬 더 멋있었습니다).
지금은 COVID-19이라는 이상한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가 해외여행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하지만 바로 얼마 전만 해도 해외여행은 일상의 하나였습니다. 아이디어를 낸 조는 여행에 대한 이슈로부터 아이디어를 꺼내 왔습니다. 여행자들이 자신이 집에서 사용하던 화장품을 여행지에서도 쓰고 싶어 하는데 정작 덜어서 다니기 어렵다는 고충에서 시작한 것이죠. 그들은 그럴듯한 스케치까지 해가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습니다. 디자인의 멋짐을 공돌이들 갈아서 현실로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지만 아이디어 자체는 참 괜찮은 생각이구나 하면서 봤던 기억이 남습니다.
이들의 아이디어가 룬샷(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 지만 혁신적인 결과를 낼 가능성이 있음)이 될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오늘 본 어떤 제품이 몇 년 전에 봤던 동료들의 아이디어와 어느 정도 닿아 있기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콘셉트 자체가 유사하더군요. 찬찬히 보면 개인의 위생이 더 강조되는 이때에 이렇게 내가 집에서 안심하고 쓰던 것을 소지하고 다니면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여하튼 왜 우리는 그때 안 했고, 이들은 왜 이 시기에 이걸 했을까.. 하는, 그리고 어떤 의사결정이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가 하는 궁금증은 늘 떠나지 않습니다.
누군가 미친 척하고 이거 꼭 해야 됩니다라며 끌고 가지 않으면 대부분의 아이디어들은 반짝 떠올랐다가 가라앉기 쉽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 되는지에 대한 경험은 안타깝게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보니 뭔가 아쉽더라는 경험은 조금 더 있어서, 다음 편에는 그 이야기를 풀어놓을까 합니다.
ps. 어떤 제품이길래..라고 궁금해하는 분이 계실지도 몰라 아래에 링크를 걸어둡니다. 물론 저는 이 회사와 관련이 없어요 (홍보글 아님).
이미지 출처: Pinterest (Uploaded by Alexandra Jo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