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 첫걸음
회사에 들어올 때 업무에 필요한 내용은 이미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다 배우고 온 것일까요.
경영학을 배웠다고 경영 관련된 업무를 척척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생명과학을 전공한 박사 졸업생이라고 해서 갑자기 회사 개발 프로젝트를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학문은 이론이지요. 이론이란 것은 그동안 많은 실험과 경험을 통해 얻어진 지식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정리한 것이다. 논리적이고 어떤 틀에서 보면 한치의 오차도 없습니다.
현실은 다릅니다. 학교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과거 완료 시제인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필요 없는 것을 배운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항상 우리는 온고지신하는 자세로, 과거는 과거대로 그 의미를 인정하고 현재와 미래를 그 위에서 펼쳐 놓고 봐야 할 것이고요.
현업에 투입된 사원이 마케팅의 이론, 영업의 이론, 실험에 대한 이론보다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바로 자기 앞에 떨어진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2014년에 나온 기사의 내용을 보면 선배 직장인들은 신입사원이 갖춰야 할 가장 큰 역량으로 예절과 매너를 꼽았습니다 (61%). 같은 조사에서 세 번째, 네 번째에야 업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기본적인 문서 작성 능력이라고 나왔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직원들이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여 자리 잡은 때가 약 2014년 전후라고 본다면 직장 내 세대 간 갈등에 대한 것을 얼핏 생각해 보게 됩니다. 밀레니얼을 설명하는 다양한 표현 중 하나에 '개인주의'로 대표되는 특징이 있다 보니 기존의 조직 생활에 익숙해졌던 선배들이 보기엔 예의가 없다고 보이는 후배들이 못마땅하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추측을 해 보았습니다.
흥미로운 기사는 2019년에 발견됩니다. 인사 담당자들에게 앞으로 직원을 채용할 때 어떤 것이 중요하겠느냐 물어봤더니 직무 역량이라고 대답했다고 하네요. 직무 역량이 직원 채용 시 평가에 반영되는 비중이 무려 반 이상이라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직무 역량의 중요성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도 말했다. 직무 역량이 대체 무엇이길래?
영어로 역량은 Competency라고 합니다.
언어적 정의는 "the ability to do something successfully or efficiently"로, 무엇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능력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HR 관점에서는 "the set of demonstrable characteristics and skills that enable, and improve the efficiency or performance of a job"라고 정의합니다.
업무 역량에 대한 정의는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1973년 하버드 대학 David McCllelland가 수행한 연구 논문에서 제시된 개념입니다. 주된 내용은 단순히 어떤 것을 더 많이 알고 있는지나 계산을 잘하는 등의 지능 검사보다는 개인이 실제로 닥치게 되는 직무에서 성과를 보이는지에 대한 평가가 더 의미가 있다는 주장을 합니다. 즉 성과를 잘 내는 사람들로부터 관찰되는 어떤 일정한 행동의 특성이나 기술, 태도와 같은 것이 바로 역량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직무란 회사에서 하는 일을 말합니다. 네이버 사전에 보니 '직무는 과업 및 작업의 종류와 수준이 비슷한 업무들의 집합으로써 특히 직책이나 직업상 책임을 갖고 담당하며 맡은 일'로 정의가 되어 있습니다. 즉 우리가 흔히 영업, 마케팅, R&D, HR, 지원 등으로 나누는 회사 내의 큰 업무 부서를 떠올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회사 안에서 사원들이 모두 같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각자의 부서와 위치에서 맡은 바 일을 잘 수행함으로써 성과를 창출하는 능력, 이것이 바로 개인별 직무 역량이 아닐까 싶군요.
갈수록 자신의 업무에 대한 실전 대처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실무를 가르쳐 주지는 않으니 당연히 회사를 잘 모르는 주니어 사원들은 실제 환경에서 당황할 수밖에요. 그동안 한국에서는 공채라는 제도를 통해 다수의 사람을 한꺼번에 채용하고, 부서별로 배치를 했습니다 (필자 역시 공채 채용 케이스). 일단 뽑고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공만 대충 맞으면 채용 가능성이 높았지요. 과거에는 회사 일은 부딪히면서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직무형 인재를 채용하려고 합니다. 현업 부서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을 뽑고 싶은 것이지요.
취업 후 회사 내에서 OJT (On the Job Training, 직무 간 훈련)를 하더라도 한 달 이내로 짧게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기간에 실무를 할 수 있는 충분한 교육과 준비가 이뤄지기란 어렵습니다. 그런데 점점 남의 도움 없이 바로 혼자 일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경력 사원 채용이 선호되는 세상에서 신입은 어디에서 경력을 쌓으란 말인가'라는 자조적인 농담마저도 들려오는 현실입니다.
(사실 현업은 광범위한 개념이다. 자기 일을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팀 내/외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상사와의 대화법, 보고서 작성 등등 모는 것이 포함된다. 이 글에서는 주어진 과업을 해결하는 능력에만 한정 지으려 한다.)
이런 현실이 있다 보니 시장에는 다양한 실전서가 등장하게 됩니다.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마케팅 비법' 이라던가, '블로그 마케팅 실전 매뉴얼', 'B2C 영업 실전 전략', '영업 프레젠테이션 실전 스킬'과 같은 실용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현장에서 필요한 업무 역량은 다릅니다. 실전서, 실용서와 같은 책이 정답은 아니에요. 이론과 실제가 갭이 있듯 내가 처한 현실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책들을 보면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어떻게 퍼포먼스를 내고, 어떻게 일하는 방식이 다른지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현명하겠습니다.
필자는 연구직에 종사 중인데, 어디에서도 연구직 실전 스킬을 다룬 책은 본 적이 없습니다. 입사 당시 연구의 기본기에 대해서도 선배들의 조언이 별로 없었던 것 같네요(당연히 배우고 왔을 것이라 믿는 건지? 아니면 어차피 차차 익히게 될 것이라 믿었던 건지?). 팀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개략적인 소개를 받고, 세부적으로 자신의 파트에서 하는 과제를 파악한 정도랄까요. 진행 중인 과제에 투입되는 경우 진행 사항을 정리한 보고서나 관련 논문을 몇 개 읽어보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연구직을 위한 실전서, 필요 역량을 다룬 책이 있었다면 회사에 들어온 후 실무를 담당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어떤 역량을 계발시켜서 나만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직무역량은 진급에 따라 요구되는 항목이 달라집니다. 상급자가 될수록 처리해야 할 업무의 양과 종류가 달라지니까요. 당연히 문제를 바라보는 눈높이도 바뀌어야 합니다. 체급이 달라지면 싸움의 방식도 달라져야죠? 각 직급에 적합한 역량을 갖추도록 계속해서 공부를 해야 합니다. 경험에 미루어 볼 때, 역량은 닥쳐서 마련하기보다 미리 대비하는 자세로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신이 맡은 직무와 직책에서 요구하는 역량이 무엇인지 일단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요, 잘 파악하고 자신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객관화하는 것이 다음입니다. 그리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실전 활용서나 안내서를 참고하면 요즘 말로 '일잘러'가 되는 길이 아닐까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