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가 크든 작든 회사는 조직 체계가 잡혀 있습니다. 구글에서 <회사 조직도>라고 검색하면 대략 이런 그림들이 잔뜩 나옵니다.
각 대표 단위 부서 아래에는 더 세부적인 수준으로 다시 조직도가 전개됩니다. 흔히 계층적 구조 (Hierachy)를 갖는다고 하지요. 연구개발 역시 회사의 큰 조직도 아래 위치한 하나의 단위 부서입니다. 이 중에서 연구개발 부서를 뚝 떼어 내 찬찬히 또 뜯어보면 다수의 세부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성의 방향을 한 번 거꾸로 올라가 볼까요? 비슷한 연구 주제나 기술개발 미션을 받은 개인들이 모여 하나의 팀을 이룹니다. 성격이나 하는 일의 방법이 비슷한 팀이 모여 연구소가 됩니다. 몇개의 연구소가 다시 합쳐져 하나의 큰 연구원(=연구개발 단위 부서)이 완성 됩니다. 물론 회사의 규모에 따라 더 잘게 쪼개질 수도 있고 큰 덩어리로 묶일 수도 있고요.
개별 단위 부서는 회사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각자 맡은 역할이 있습니다. 제가 속한 기술개발 부서는 이름 그대로 새로운 제품을 연구개발 합니다.
첫째,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진보된 기술 연구 (소재, 융합기술, 바이오, 제형 등).
둘째, 진보된 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개발.
부여 받은 미션은 간단해 보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간단하게 정의할 수 없는 것이 회사 내 연구원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다양한 부서'가 함께 일하는 곳이 회사(조직)이기 때문에 고고하게 연구개발에만 집중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당장은 내 앞에 있는 일을 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없다고 해도 간혹 회사 조직도를 들여다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조직도 하나 펼쳐 놓았다고 복잡한 과정이 해소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큰 그림을 이해하게 되면 일이 돌아가는 상황을 bird-view로 볼 수 있달까요 (사실 이것도 어느 정도 회사에서의 경험이 쌓여야 하는 것임은 틀림이 없습니다만). 회사 생활 십몇 년이 지나서야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는 생각에 잠깐 자괴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조금 더 효과적인 회사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조직도 안에는 담지 못하는 부서-부서 사이의 관계도를 이해하는 것도 바람직 합니다. 우리 회사 구조는 이렇구나 하는 대략적인 이해의 수준을 넘어 행간을 읽을 수 있기 때문 인데요.
새로운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필요한 의사결정은 누구를 통해 확인되고 결정되는지 체계도를 잘 살펴 봅시다 (회사의 전결 규정이 참고가 됩니다). 신규 기기에 대한 투자 기회를 찾을 때도 어떤 사람/부서와 소통 해야 하는지 파악할 때도 유용합니다.
회사에서는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학교와 달리 자신의 뜻을 맘대로 펼치기 어렵습니다. 연구나 투자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과 조정, 협의의 과정은 항상 중요 합니다. 간단한 일은 팀 내에서 해소되지만 결국 팀과 팀 사이에 같이 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협의는 끝이 없습니다. 내 기술을 받아서 더 멋진 제품이 되도록 하려면 조직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파악해 두기 바랍니다. 기술 개발의 성과물이 어떤 부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밸류체인을 꾀고 있으면 이른 바 슬기로운 직장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임이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