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 연구원이 되는 길

by nay

요즘은 일잘러 (일 잘하는 사람)가 되는 방법을 다룬 책이 참 많습니다. 회사 연구원도 결국 회사원이라서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팁을 그대로 참고하면 적어도 조직 생활에서 눈치 있는 직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구원이라서 영업이나 마케팅, 전략을 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무엇이 있지 않을까요? 일잘러 연구원이 되기 위한 것은 무엇이 있을지 알아 봅시다.


지식 습득과 인사이트 발굴 능력
연구원은 당연히 연구 논문이나 연구 보고서를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학위를 받으면서 다른 사람이 쓴 논리적, 과학적인 검증 문서를 이해하는 방법, 특히 영문으로 된 논문을 보는 기본 역량은 갖추었겠지요. 보통 석사 이상의 학위를 받은 사람이라면 무난히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사실 논문을 읽을 줄 안다, 이해한다는 것 보다 더 많이 요구되는 역량은 팩트로부터 의미 있는 결과나 메세지를 찾아내는, 즉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역량입니다. 이런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팩트 자체만을 받아들이기 보다, 그 안에 숨겨진 행간을 읽는 훈련을 많이해야 합니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 어떤 식으로 제품개발에 응용 되었는지 사례 연구를 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잘 모를 때는 남들이 어떻게 했는지 분석하면서 공부하는 것입니다. 연구개발의 경우 경쟁사의 논문을 찾아보는 작업도 게을리 하면 안됩니다.

상상력과 집요함
대학원에서 연구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가설 설계’지요? 제품 개발을 위한 회사 연구에도 가설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일잘러 연구원의 상상력이란 ‘혹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이런 타겟을 조절하면 뭔가 새로운 효능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등의 다양하고 엉뚱한 생각을 말 합니다. 틀에 박힌 생각만으로는 비슷한 일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제품을 개발하는 부서의 동료가 엉뚱한 제품 컨셉을 제안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별 소리를 다하네 싶었는데, 막상 궁금함에 간단한 실험을 해보니 가능성이 보이더라고요. 결과적으로 하나의 완성된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가설을 확장하는 단계에서는 아이디어를 발산하고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한데요, 브레인 스토밍이나 브레인 라이팅처럼 아이디어를 얻는 훈련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무언가 하기로 결정 했다면 집요하게 일을 끌고 가는 지구력이 필요합니다. 어차피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검증하는 과정이 뒤따라 가려면 실패는 반드시 따라옵니다. 한번에 성공한다면 정말 운이 좋았다고 할 수 밖에요. 실패가 왔을 때 금방 포기하고, 이건 아니었나 보다 라면서 바로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면 곤란합니다. 왜 잘 안되었는지, 내가 세운 가설을 제대로 검증하는 실험 디자인을 한 것인지 꼼꼼히, 그리고 끈질기게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성공은 항상 Just around the corner에 있다고 하잖아요.


맺고 끝내는 능력
앞서 말한 집요함과는 반대라고요? 도전적이고 열정적으로 무장해서 일을 추진해도 아무리 해도 안되는 일은 있습니다. 가설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고 기술적 성숙도가 아직 부족해서, 또는 회사 정책으로 연구를 중단하는 등 이유는 다양합니다. 이럴 때는 빨리 마무리를 하는 것도 능력입니다. 괜히 자존심 때문에, 그동안 들였던 과정에 대한 아쉬움, 시간과 노력 때문에 일을 끝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봤습니다. 실험과 논리를 디자인할 때 어떤 결과를 얻으면 계속 가겠다, 더 이상 여기서 결과를 얻지 못하면 멈추겠다 등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판정기준을 잡고 일을 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더 할지 말지를 타임라인과 그 때까지의 목표를 기준으로 판정하는 겁니다.


사람들은 익숙한 영역에서만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이 일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죠. 연구원이라면 좀 더 도전적인 일을 해야 합니다. 새로운 영역에서 일거리를 찾는 것은 어렵습니다. 기술 용어도 새로운 것들, 실험 방법도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럴 때 좌절하지 말고 근성 있게 새로운 지식을 얻는 자세로 뚜벅뚜벅 차근차근 접근해 봅시다.


“도전의 과정을 즐깁시다.

혼자 가지 말고 동료와 함께!”


제 경험을 잠시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저는 세포를 이용한 연구에 전문성이 있는데요, 꽤 오래 전부터 컴퓨터를 이용한 연구 방법론이 접목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무작정 웹사이트를 검색하면서 제 상상력이 어느 정도 현실화 가능할지 탐색했고, 카이스트 교수님을 발굴하여 공동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이 일을 시도할 때는 생물정보학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지만 나중엔 결과를 같이 논의할 수 있을 정도로 지식을 쌓았습니다. 이런 도전을 한 번 하고나니 제 자신이 무척 성장한 느낌을 갖게 되었고요.

나에겐 새로운 생각과 도전일지라도 과거의 선배들도 비슷한 아이디어, 가설을 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아이디어를 확장해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새로운 가설은 실험 조건을 잡는 것도 쉽지 않고, 새로운 연구기법을 도입하는 경우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의구심을 가진 눈으로 쳐다볼 때면 내가 생각한 것이 맞는지 하면서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혼자 해결하려고 끙끙대지 말고 옆에 있는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세요. 분명히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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