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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Nov 15. 2020

수고 많으셨습니다.

떠나는 임원을 생각하며. 

연말이다. 

찬바람이 불면 회사 안을 들썩이게 하는 몇 가지 이슈들이 있다. 바깥에 부는 찬 바람보다 더 차갑고 냉정한 인사 개편이 그것 중 하나다. 사내 게시판에 '조직 개편', '인사 발령' 제목으로 뜨는 게시물은 조회수가 어마어마하다.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는 예민한 영역이다.


회사 생활의 꽃이라는 임원! 그러나 임시직원의 줄임말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운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분명 담당 시절에는 일 잘했던 분들도 임원이 되면 달라진다. 챙겨야 하는 업무와 조직의 범위가 확장되고, 타 조직과의 관계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 임원이 보여줘야 할 것은 <성과> 아니겠는가.


일개 담당 직원으로 임원의 스트레스, 마음의 부담을 짐작하기 어렵다. 예전에는 메일이나 전화로 경영자의 연락을 받았는데 이제는 수시로 카톡, 온라인 챗으로 질문과 코멘트를 받는다 한다. 숫자는 바로바로 업데이트되니 참 뭐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나라면 견디기 어렵겠다 생각한다.


같이 일할 때는 맘에 들지 않거나 서로 일하는 성향이 달라서, 생각이 달라서 밉다가도 떠날 때가 되면 그만한 사람 또 없지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새로운 사람이 오면 과거를 지우기 위해서나 자기 경영 철학과 관심사에 맞게 전에 없던 일을 벌인다. 그러니 밑에서 일하는 사람은 마음가짐을 달리해야 하고 '익숙함'에서 탈피해야 한다. 어쩌면 그것이 조직이나 인사 개편의 취지일 것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


야심 차게 조직을 운영하던 임원의 떠나는 날은 예기치 않게 다가온다. 자기 자신의 과오와 경영 오류일 수도 있고 시대의 흐름에 어쩔 수 없이 도태된 것일 수도 있다. 때로는 정말 문책성 인사를 당하기도 한다. 이유야 무엇이든 그들의 여정은 여기까지다.


떠나는 뒷모습은 쓸쓸하다. 다른 회사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보통 당일, 전날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는다(고 들었다). 자신이 통보의 대상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화를 받으면 얼마나 마음이 쿵 하겠는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도 실제 상황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자기 의지가 담기지 않는 떠밀림은 당사자나 옆사람이나 마음이 편치 않다.


언젠가 도망치듯 떠나는 임원을 본 적이 있다. 정말 자신은 그럴 대상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서였는지, 연락을 받고 무척 당황하셨다는 후문. 같이 몇 년을 일했던 조직원들에게 이렇다 할 인사도 없이 후다닥 떠난 그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회사에서 그래도 임원을 할 정도였다면 적당한 용기와 배포는 있었어야 하지 싶다. 그의 사례가 다른 사람들에게 반면교사가 되었는지 이후에 떠나는 다른 분들은 떠남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회사 차원에서도 더 배려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후임을 생각하면 당장 자리를 빼는 것이 맞는 것 같지만, 그래도 오랜 기간 회사를 위해 자신을 바친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예우가 더 아름다운 모습이길 바란다.


연말, 자신의 자리를 떠나야 하는 분들에게 이 말씀드리고 싶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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