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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싶은 그대에게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읽고

by nay

고영성 작가를 알게 된 것은, 리더쉽 관련된 내용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그의 블로그를 접한 후였다. 그런데 리더쉽 보다는 책 서평, 추천.. 이런 내용들이 더 알차게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그러다가 그가 책을 냈다기에, 그것도 독서와 관련된 책이라길래 구입하여 읽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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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단순히 독서를 열심히 읽어라, 천천히 읽어라, 많이 읽어라.. 등의 단편적인 제안이 아니라 뇌과학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이렇다. 애초부터 독서를 잘하는 뇌란 없으니 너무 슬퍼마라. 나이가 들면서 책을 더 안 읽다보니 읽는 것이 더 어려워지는 것 뿐이다. 뇌란 훈련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독서도 뇌의 훈련이다 (뇌의 가소성 Plasticity). 운동을 열심히 하면 근육이 발달하고 몸이 좋아지는 것처럼, 뇌도 독서를 하면 할수록 독서 능력이 함양된다는 믿음이다.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경험적인 측면에서 나에게는 매우 설득적인 논리이다. 많이 읽는 사람들에게는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작년 20여권이 넘는 책을 읽으면서, 책을 읽는 것이 예전에 비해 편해졌고 또한 많이 생각하면서 읽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책을 보지 않을 때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전화기 화면에 파묻혀 자투리 시간을 보내던 행동들이 줄어들었다.


창의성은 낯선 것들의 연결이다. 결국 창의적 인간이란 그 뇌 안에 낯선 것들이 들끓고 있고, 그 혼돈 속에서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인간이다.

이에 대한 예로 수학자면서 생물학자로 이름을 높인 사람, 과학자면서 예술가로 성공한 사람 등의 얘기가 나온다. 서로 이질적인 것들이 만났을 때 새로움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은 최근에 읽은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와 일맥상통한다 (작가 추천 도서에도 있으니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전문성의 필요이다. 즉, 내가 과학을 하는 사람이면서 단지 예술에 관심 정도만 있다면 그것으론 부족하다. 예술쪽에서도 많은 조예와 식견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식견을 독서로 어느 정도 높일 수 있다면 좋겠는데, 가능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저자의 주장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집중적 독서를 통해 준전문가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준전문가가 '전문가'는 아닌 것처럼 다소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할 일이다. 창의성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생각을 다른 영역에서 빌어올 수 있다는 기회로는 무리가 없겠지만.


지속 가능한 독서를 위해서는 읽는 행위에서 떠남 (엄독)이 필요하다. 열심히 책을 읽었다면, 이제 책을 덮자. 뇌를 위해 걷기를 추천한다.

독서의 효과를 극대화 하려면 무작정 책을 수백권씩 읽기만 할 것이 아니라,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바쁘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노동시간은 가히 세계적이지만) 의외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간도 많다. 이는 어찌보면 평균의 오류이고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적어도 TV나 스마트폰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인다면 책을 읽을 여유는 충분하다. 이는 내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바이니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더 잘 읽기 위해서는, 읽은 것을 '내 것'으로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한 편으로 머릿 속에서 이를 재배치하고 다듬고 발산 시키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나 역시 에버노트로 독서록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좀 더 책의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충 보지 않는다 해도 항상 지나간 내용은 잊기 쉬운데,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 보았던 내용들은 예전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경험을 했다. 학생일 때 지식을 차곡차곡 쌓기 위해 책을 읽었다면, 어른의 독서는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혜로운 생활과 삶을 위한 지식의 변주로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평소 책을 읽어야지.. 하던 사람들에게 있을까, 아니면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을까. 적어도 나와 같은 초심자에게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기회요인의 가치는 있다고 본다. 저자의 관심사항과 논리처럼 뇌과학적 관점에서 내용 전개가 많은데, 사실 독서와는 전혀 별개의 사례들도 많다. 이를 결과적으로 독서와 연계 시키려는 시도는 참신하기도 하지만 때로 논리의 비약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 정도로 넘어가도 무방할 것이다.

책을 평소에 보긴 하는데 뭔가 남는 것이 없는 것 같다 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도 어느 정도 도움되는 요소가 있다. 독서의 방법론으로서 다양한 방안들 (예를 들어 낭독을 하거나, 책을 읽었으면 생각을 하러 걷기를 하거나) 이 있어, 고민이 있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논리적인 비약도 있지만 적어도 한 번 쯤 독서를 해봐야지 고민하던 사람들에겐 실용적인 접근법으로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매년 독서하기가 연간 목표에 드는 우리 팀원들에게도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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