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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Dec 11. 2020

살리에르가 되기 싫어서.

이제는 제법 회사 내에서 글을 쓰고 책을 낸 사람이란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졌다. 얼마 전에는 잘 모르는 후배에게서 메일을 받았는데 '브런치에 올려주는 글을 잘 보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브런치 작가라는 말이 갖는 무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메일에 대해 여러 번 생각을 남기고 책에도 언급한 적이 있다. 때로는 그런 흔적들이 스스로를 옭아매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오늘 아침 한국에 계신 상무님이 모 대학 교수와의 공동연구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달라는 메일을 보내왔다. 솔직하게 써야지 하면서 시작을 했는데 쓸 말이 많아지다 보니 괜히 부담이 되는 것이다. 글의 형식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남에게는 '이메일이란 이런 것이야'라고 훈계질 하면서 정작 자신은 멋대로 썼다가는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릇 남의 흠을 잡기는 쉬워도 나를 거울에 비춰 보기는 어려운 법이다.

특히 글 쓰는 사람이란 인식이 타인에게 생기고 난 뒤, 보고서를 쓸 때는 더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다. 아내에게 보내는 카드 한 장에도, 학교에 보내는 이메일 하나까지 더 잘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데 괜히 신경을 쓴다.


다만 발전이 없는 수준에서 머물지 않을까 괜한 염려를 한다. 사진을 사랑하던 시절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아마추어리즘에서는 적당한 실수와 흠결이 있어도 괜찮다. 아마추어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만족하다 보면 끝내 아마추어로 남는다. 사진을 할 때 그랬다. 느낌과 감각으로 몇 장의 칭찬받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긴 했으나, 몇 년의 시간을 보내며 어떤 수준 이상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글을 씀에 있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대단한 작가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좋은 글을 꾸준히 생산해 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에 비해 결과물은 어떤가? 4,5년 전에 썼던 글이나 지금 쓰는 글이나 비슷하지 않은가 싶다. 글을 쓰는 사람이란 타이틀을 얻은 후 일을 대하는 태도,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무엇이 달라지고 얼마나 성장했는지, 글에 깊이는 더 생겼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저 꾸준히 쓰다 보면 좋아지려나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면 되는 것일까? 사진도 꾸준히 찍다 보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듯 글도 비슷한 영역인가 궁금하다. 천재는 99%의 노력이라지만 1%의 재능이 갖는 힘의 차이를, 여기 브런치 작가들의 글에서 발견하곤 한다. 살리에르가 가졌던 슬픔과 분노에 대해 이해한다.


지난 며칠, 글감을 찾아보는데 잘 안되어서 더 그랬나 싶다. 모차르트가 되지 못한다고 실패한 인생도, 실패한 작가의 삶도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아마추어의 한계를 넘어선 나를 발견하고 싶은 욕심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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