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y May 03. 2021

작은 차이가 일잘러를 만든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꽤 오래전이다. 언제 어디서 봤는지 기억 조차 선명하지 않은, 어떤 잡지 한편에서 봤던 필립스의 광고 문구다. 찾아보니 원문은 Let's make things better라서 직역의 의미로는 한국어로 번역된 문구와 차이가 있다. 오히려 한국어 문장의 의미가 강하게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많은 광고들이 있었는데 이 카피는 오래전에 봤음에도 잊히지 않는다.


작은 차이가 일잘러를 만든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자. 당신은 내일 휴가를 떠난다. 공교롭게도 내일은 부서의 전체 회의가 있는 날. 그렇다면 상사에게 (중간 관리자든 직속 상사든) 지난주 업무 내용을 정리해서 보고하고 가야 할까, 아니면 어차피 자리를 비우니 다녀와서 하는 것이 좋을까.

"부서에 사람도 많은데 내 업무 하나쯤 보고 안 한다고 큰 일 생기겠어?"

이런 마음으로 혹시 그냥 보고를 하지 않고 떠나 버리는 사람은 아닌가.


작은 차이의 의미를 각자 다르게 부여할 수 있는데, 오늘은 이것을 업무의 디테일 또는 배려라고 해석하고 싶다. 회사에서 늘 정기적으로 하는 일 중 하나는 바로 업무 보고다. 부서마다, 회사마다 보고의 주기나 빈도가 달라질 텐데, 필자의 부서는 보통 주간 단위로 업무를 정리하고 공유한다. 그리고 월요일에 늘 업무 보고가 있다. 업무 보고를 받아보면 개인마다 스타일이 나온다. 내용 정리의 방식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살짝 다시 다루기로 하고, 내용을 정리하고 보고하는 시기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금요일에 업무 내용을 정리해서 완료해 두는 사람.

두 번째. 월요일 아침에 업무 회의 전까지 정리하는 사람.

이것은 업무의 스타일이니 큰 상관은 없다. 어차피 (약속된) 정해진 시간까지만 완료해 두면 되는 일이다.


문제는 두 번째, 즉 월요일 아침 업무 회의 전까지 정리를 하는 사람이 월요일을 포함한 휴가를 갈 때다. 보고를 하는 직원의 입장에선 자신의 업무 정리는 월요일이라 정해놓았는데 '나는 월요일에 부재니까 안 써도 되겠네?' 하는 마음이다. 다음 주에 할 일이니까 당연히 이번 주에 보고를 미리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것이다. 일상적인 업무의 연속인 데다 한 주 정도 보고 안 한다고 회사에 큰일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당신이 월요일의 업무 회의를 잊지 않은 보고자이고, 주로 월요일 아침에 보고 내용을 정리하는 사람이라면, 미리 다음 주 자신의 부재를 준비해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보고를 받는 입장에선 당신의 당연함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의 양식과 내용 정리에 대해서도 비슷하다. 필자의 경우 상사의 정리 내용을 가끔 참고하면서 보고하는 내용과 방식을 수정하곤 했다. 팀 내에서 워낙 많은 보고 내용들이 있다보니 그중에 일부만 발췌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성과나 내용이 더 상위로 전달되는지 알고 싶었다. 내 나름의 방식과 스타일로 업무 보고를 하지만, 한 편으로 상사가 정리하는 스타일을 참고한다. 그가 어떤 내용에 집중하는지, 듣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우선순위로 두는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해 두면 나쁠 것이 없다.




일을 잘하는 사람에 대한 정의와 기준은 각자 다르지만, 작은 디테일에서 오는 완성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확대 해석의 오류나 편견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점이다. 그럼에도 사소한 부분을 챙긴다는 것은 단점보다는 장점이다. 이건 자기의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 오는 결과물이다. 보고의 대상자가 상사든 동료든 전달하는 방식과 디테일에 대한 챙김이 내일의 일잘러를 만들 것임은 확실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혁신의 방해 요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