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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Jun 16. 2021

벌써 1년.

책을 내고 1년이 지났다.

6월이 되니 들었던 첫 번째 생각.

앗, 벌써 6월이라니. 코로나 시국에도 시간은 참 잘 가는구나.

두 번째 생각.

뭔가 6월에 있었는데, 그게 뭐였더라.


그렇다. 작년 6월 중순, 내 책이 세상에 나왔었구나. 그 뒤로 1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늘 그렇듯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달력은 넘어갔고, 생물학적 나이와 사회학적 나이를 각각 한 살씩 더 먹었다. 이제 책을 출간할 때의 설레고 긴장되던 기억이 명징하게 남아 있지는 않다. 출판 이후에 생겨난 욕심과 허세 덕분에 금방이라도 다음 책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세상 일이란 게 어찌 쉬이 생각대로 진행되던가. 역시 의지는 순식간에 꺾이고 미처 채우지 못한 목차 제목만 남아, 가공의 책, 가공의 브런치 북만 어딘가 남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가만히 있다.


책을 내고 최근까지 받은 질문의 1번은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나요'다. 즉 인세 좀 벌었냐, 책 써서 얼마나 수입이 생기더냐이다. 그러면 나는 그들에게 출판계란 어떤 것인지부터 찬찬히 이야기해 준다. 왜냐하면 내 책이 잘 안 팔리는 이유를 나름 변명할 여지와 함께 털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책을 낸 후 새롭게 생긴 습관 중 하나는 다른 책을 볼 때 몇 쇄를 낸 건지 꼭 찾아본다는 것이다. 1쇄가 보통 몇 권 정도인지 알기 때문에 어우, 몇 십쇄 정도 되는 책이 있으면 너무 놀랍고 부럽다.


언젠가 브런치에서 책을 내고 자신의 삶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라는 내용의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글의 요지는 엄청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존감 같은 것이 올라가 있었다는 것으로 기억한다. 나도 그렇다. 책을 낸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이력서에 한 줄 채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래도 40대의 중반 즈음에 회사 생활을 했던 스스로를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져서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살면서 내 이름을 단 책 하나 낼 수 있게 기회를 준 브런치에, 그리고 변변찮은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 출판해 주신 레인북 편집자님께 새삼 감사하다. 

책을 내고 보니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는 20대 후반부터 꾸준히 끄적여 왔던 온라인의 글을 하나도 남겨두지 않았음이다. 지금 다시 보면 아마 중2병 수준의 감성 폭발이 훨씬 많아 부끄럽겠지만 그중에도 가끔 보석 같은 글이 있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기억의 편견? 


혹시 너무 잘 팔려서 많이 알려지면 어쩌지, 하는 상상만으로 행복했지만 쓸데없는 걱정은 말 그대로 기우였을 뿐이다. 가끔 출판사 사장님께 죄송한 맘이 든다. 더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썼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다. 하긴 내가 그렇게 막 재미 넘치는 사람은 아니다. 글은 철저하게 그 사람을 닮는다. 글의 본새나 분위기도 그렇지만 내용도 그렇다. 고민 많이 하고 공부 이것저것 할 때는 글의 내용도 풍부해진다. 아무 생각할 틈 없이 바쁠 때는 하얀 화면에 몇 자 적는 것이 그렇게 힘들다. 쓰다가 만 글, 생각의 타래만 남긴 글에게 생명을 다시 불어넣고 싶다. 출판 후 1년의 소회는 그렇다. 그저, 꾸준히 공부하고 생각하고 많이 읽을 것. 삶을 들여다볼 것. 그래서 더 풍요로운 글쓰기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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