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즐거움

by nay

아버지는 국어 교사셨다. 늘 책을 가까이 하셨고 항상 배움에 끝이 없으신 분이다. 아직도 기억나는 아버지의 모습은 새벽 같이 일어나 민병철 영어회화를 따라하시던 것이다 (예전에 아마 MBC에서 아침 7시 전에 방송했던 것으로 안다). 지금도 독학으로 중국어를 배우신다. 그 영향 때문인지 누나와 형도 책을 많이 읽고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그에 반해 나는 상대적으로 책을 참 안읽었다.집에 그 많던 책들, 왜 그리 안봤을까.


그렇게 만 40여년을 책과 별로 친하지 않게 지내오던 내가, 요즘 독서를 한다. 입시 때문에 억지로 읽어야 하는 공부로서의 책 읽기가 아니란 말이다.

회사에서 진급을 하고 더 높은 사람과의 미팅 기회가 생기면서, 내 분야의 전문지식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경험이 더 파괴력이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상대적으로 난 다양한 경험이 부족한지라 이걸 보완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독서’였다. 또 하나, 나이가 들고 상급자가 되면서 어린 친구들과 내가 차별화 될 수 있는 것 또한 다양한 경험에서 시작되는데 그 역시 독서라는 방법으로 귀결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일곱 살이 된 아이에게 늘 ‘책 읽으라’고 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스마트폰의 화면만을 소비하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러니 나는 독서의 즐거움을 알아서 책을 손에 잡은 것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문제에서 제기된 책 읽기를 시작한 셈이다. 간혹 회사에서 도서 워크샵이라는 빌미로 책을 보긴 했지만 끝까지 다 안보거나 대충 중간 정도 읽다가 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내 의지로 책을 고르고 읽어 나가다 보니 아, 이게 즐거운 일이구나.. 라는 걸 느끼게 된다. 책을 읽고 나의 뇌가 자극을 받는 느낌이 좋다.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시험을 보는 것 때문에 잊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읽고 음미하고 다시 그 의미를 생각하고 현실 상황과 비교해 보면서 어떤 때는 이해가 되지 않던 상황들을 이해하게 된다. 내 마음이나 생각이 좀 더 정리되는 (때로는 더 확장되는) 쾌감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간혹 책을 읽지 않고 하루가 지나갈 즈음엔 뭔가 불안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저런 다양한 책을 접하면서 좋은 책, 나에게 맞는 책들을 알게 된다. 그런 과정 또한 독서의 즐거움이다. 최근에 회사 게시판에 도서추천 글이 올라와 몇 권을 선정해 답글을 썼다. 이 책 저 책 보긴 했어도 정작 추천할 책은 딱 몇 권 없었다. 나는 저자의 주장을 잘 뒷받침 해주는 근거들이 탄탄한 책들이 끌린다. 성공한 누군가가 근거 없이 개똥철학을 읊어대는 것은 그다지 설득력 없게 느껴진다. 무작정 마음의 근심 버리고 잘 될거라 믿으라는 착한 내용들도 별로다. 어떻게 하면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는지 실용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맘에 든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아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물론 내가 책을 펼치면 아이는 심심하다 놀아달라고 떼를 쓰지만 말이다. 그래도 멍하니 스마트폰으로 시간 떼우는 것보다는, 같은 시간에 뭔가 생산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억지로 좋은 모습 보여주기 쇼가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것이라 더 당당하다.


우리 뇌는 독서에 최적화 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또한 어떤 행위가 습관이 되려면 적어도 3개월 이상의 시간은 걸린다고 한다. 그런 난관(?)을 뚫고 이젠 책 읽는 것이 점차 즐거워지고 있으니 스스로에게 대견함을 느낀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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