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절엔 그 당시의 낭만이 있다. 20대의 낭만을 떠올리면 신촌 ‘오늘의 책’ 서점 앞에 빽빽하게 붙은 포스티잇을 빼놓을 수 없다. 어느 식당, 어느 술집에 무슨 학과가 모이는지 다 알 수 있다. 심심한 날이나 밤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가다가도 공짜술을 얻어먹을 기회, 친구를 만날 운을 점칠 수 있었다.
그리고 과방 한편에서 익명으로 마음을 남길 수 있던 날적이가 있다. 늘 쓰는 사람만 쓰는 공공의 일기장 같던, 그래서 공동 창작물이기도 했던 낙서장의 추억. 당연하겠지만 스무 살 남짓의 청춘들에겐 사랑 고백이 가장 큰 이슈였다. 누군가를 향한 절절한 마음이 남몰래 적힌 다음 날은 과방 전체가 들썩거렸으니 말이다.
전화나 인스턴트 메세지가 없던 시절. 또박또박 한 자 한 자 눌러가며 써야 하던 노트의 감성. 당시의 기억을 추억이라 부르며 낭만의 옷을 입히는 것은, 지금의 시대가 기다림을 잊었기에 더 절절한 감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도서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