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출퇴근 시간에 즐겨 듣는 팟캐스트가 있다. ‘손경제'라는 줄임말로 불리는 <이진우 기자의 손에 잡히는 경제>가 그것이다. 본방송을 하는 시간에는 딱 맞춰 듣기 어려워서 팟캐스트를 활용하는 편이다. 팟캐스트에만 제공되는 커피타임이란 코너가 있다. 자기들끼리 편하게 대화하는 내용이 중심인데 최근 에피소드에서 탈지분유가 더 싼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이야기나 나왔다.
우유는 신선함에 대한 유통 기한 때문에 수출의 어려움이 있다. 자국에서만 소비하게 된다. 대신 분유로 만드는 순간 수출이 가능해진다. 단 원유를 가루로 만들기 위한 가공 비용이 더 들어간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공정이 추가되므로 더 비싸게 팔아야 함에도 오히려 전 세계에 싸게 공급하고 있다. <손경제> 팀이 왜 그럴까 궁금해서 이유를 파악해 본 결과, 그것은 ‘대체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이었다. 누군가 ‘나는 원유를 분유로 만들기 위해 돈을 많이 들였으니 비싸게 팔아야겠다'라고 하더라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대안이 많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이진우 기자는 여기서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생산 원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분유라는 상품이 원유보다 더 싸게 팔리는 것은 다수의 대체제로 인한 것처럼 경쟁력이 있어야 자신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시장에서 찾으려고 했을 때 대체가 쉬운 사람이 될 것이냐, 이 사람을 대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될 것이냐. 대신할 수 있고 없음에 대한 가치는 시장에서 매기는 가격(연봉)으로 연결된다. 비약적인 비유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지만 적어도 그가 전달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미덕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열심히 보다 ‘잘' 해야 하는 시대이다. 잘한다는 것은 회사든, 클라이언트든, 고객이든, 상사든 상대가 원하는 무언가를 적시에 수준에 맞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경쟁력은 그런 곳에서 온다. 동료들을 살펴보면 열심히만 하는 사람이 있고,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게 잘해보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당신은 누구와 일하고 싶겠는가?
물론 경쟁력을 보는 관점과 기준을 다른 곳에 둘 수도 있다. 기술을 다루는 연구원 입장에서는 특정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경우 대체하기 어려운 존재로 성장한다. 태어날 때부터 그 기술의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대신할 사람을 찾고자 하고 일부러 육성한다면 언젠가는 대체가 가능하긴 하지만, 경험에 따른 축적의 시간이 가져다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Know-How라는 것을 갖기란 단순히 교육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해진 프로토콜을 따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같음에도 실제로 실험을 해보면 특정한 연구원만큼 깔끔하고 멋진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더불어 나란 사람의 경쟁력, 대체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본다. 막상 냉정하게 업무를 분석해 보면 당장이라도 다른 누군가로 대체 가능한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그러니 다짐해 본다. 지금 하는 업무에서 내가 아니면 안 되는 또는 안될 것처럼 인식되는 영역을 자꾸 만들어 가야겠다고 말이다. 경쟁력 없이 쉽게 대안을 찾을 수 있는 탈지분유 같은 사람이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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