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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을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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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Sep 01. 2022

52,500원

최근 35 판매에 따른 정산액이 입금되었다.



책이 세상에 나온 지 2년 조금 지났다. 여태 총 911권이 팔렸다. 이들의 행방이 자못 궁금하다. 어딘가 도서관에 꽂혀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대출을 했을 수도 있으며, 최근에 주문한 어떤 사람의 손에는 막 전달되었을 것이다.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볼 것인가, 그 설렘은 책을 읽는 내내 지속될까? 어쩌면 어떤 이는 라면 받침으로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생각한다. 내 책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과연 세상에 나와도 되었을 괜찮은 것인가. (자존심이 살짝 상하니까) 판매량과 인기가 책의 가치와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진다.


얼마  약속 시간이 남아서 서점에 갔다가  팔리는 책들을 모아 놓은 진열대를 찾아가 보았다. 출간 이후에 달라진 태도  하나는 사람들은 무슨 책을 읽을까  많이 궁금해졌다는 점이다.   읽어볼까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만드는, 불특정 다수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알고 싶은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아 이것이 무명작가의 설움인가 아니면 시기심인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궁금즘인가. 자연스레 옮겨진 발걸음은 서점의 앞자리에 당당하게 자리 잡은 그들만의 리그로 나를 이끌었다. 밝은 빛을 받으며 당당하게 베스트셀러 라던가, 최근 인기 있는 책이라던가 하는 이름으로 놓인 녀석들을 보니 솔직히 부러움을 느꼈었다.


대단한 필력과 인사이트, 책을 내기까지 연구와 조사, 상상할 수 없는 성취의 노력이 담긴 책들에게 도전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의 이야기는 독자들을 한정하는 면이 있기에 비교 대상이 되긴 어렵다는 것을 안다. 내 책이 넘볼 수 없는 자리가 있다는 정도는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에세이류를 보다 보면 ‘뭐, 별 것 없는데?’하는 건방진 마음이 불쑥 고개를 내밀곤 했었다. 나도 이 정도 글은 쓸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마음, 그러나 막상 쓰다 보면 그렇게는 안 되는 괴리감, 현직에 있는 이상 책에서 다룰 수 없었던 좀 더 내밀한 이야기들. 괜히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지니 어째 더 부끄럽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 내 책도 저 자리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마음이 들더란 말이다.  


정신을 다시 차리고 통장에 찍힌 52,500원의 인세를 보니 그래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세상 어딘가에 있을 독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였던지 상관없이) 나의 책을 선택해 준 것에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다.


덧. 이 글의 제목은 글도둑님의 매거진 <창업에 부과되는 숫자들> 형식을 살짝 빌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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