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딥러닝' 서평
알파고 바둑대국 이후 한 권쯤은 인공지능에 대한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몇 권의 후보들을 두고 고민하다가 고른 책. 읽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평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전반적인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 여기에 중간중간 전공지식이 없으면 금방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나에게 있어 인공지능의 대표 이미지는 터미네이터 보다는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로 기억된다. 처음 이 애니메이션을 접할 당시만 해도 클라우드에 대한 개념이 없던 때라 더더욱 어렵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인공지능은 스스로를 생명체로 인식하고 영혼이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 이후엔 'A.I.'가 기억 속에 남았고 (케이블TV를 통해 가끔 보아도 늘 재미있다), 가장 최근 영화에서는 'her'가 새로운 인공지능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남자에 대한 충격적인 묘사가 압권이었던 영화.
이 책을 통해서도, 그리고 여러가지 인공지능 관련된 글들을 통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발췌해 본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가장 잘 하고 있는 것은 바로 '패턴 인식' 이다 (반대로 기계가 매우 어려워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간단한 예로, 숫자 3의 경우 인간은 손글씨를 통해 다양하게 쓰여지는 '3'의 이미지를 매우 자연스럽게 처리하고 3으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기계는 그런 이미지 학습이 쉽지 않다. 그리고 딥러닝이란 많은 데이터 안에서 특징이나 개념을 찾는 것이니 단순한 기계 학습을 떠나 조금 더 기계 능동적인(?) 관점의 변화라고 하겠다.
왜 인간은 패턴인식을 잘 할 수 있을까?
인간은 다양한 데이터 안에서 특징과 개념 인식을 대단히 빠르게, 그리고 잘 해내고 있다. 기계로는 엄청나게 많은 컴퓨터와 시간이 필요한데.. 단순한 연산 능력을 비교하면 최근의 기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겠지만, 어떤 이미지와 현상에 대한 '의미 부여'와 이를 통한 '개념으로서의 처리' 능력은 인간이 훨씬 더 수월하게 하는 영역이다.
내 나름대로 소설을 써보자면 진화의 관점에서 그런 능력이 매우 중요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동물이 위험한지, 어떤 동물은 사냥해도 되는지, 어떤 풀은 먹어도 되는지, 어떤 풀은 독성이 강한지 등 생사를 결정하는 다양한 정보들의 신속 정확한 처리가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정보들을 하나의 패턴으로 인식하고 유사한 것들을 묶어서 의미부여를 함으로써 예측력을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책에서 언급되는 robustness (정보의 노이즈)가 더 정교한 예측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은 인간에게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잘못된 (노이즈성) 정보를 통해 기존 정보와 지식을 교정해 나갈 수 있다. 같은 버섯일지라도 어떤 것은 매우 유해하다. 단순히 버섯 모양이라는 패턴 외에도 색상, 향기 등등 부가적인 정보들을 통해 더욱 정확한 개념 확보가 가능하게 된다. 새삼 인간 뇌의 처리능력에 놀랄 뿐이다.
이 책을 읽고 인공지능을 모두 이해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도 지속적으로 계속 연구되고 있고 그에 따라 더 성능과 예측력은 더욱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과연 어느 정도까지 인공지능이 발달할 것인가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최근 관련된 분야의 교수님을 만나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갖는 환상 때문인지 너무 부풀려진 감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셨다.
나 역시 이 부분에 동의한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미래를 유토피아로 데려갈지, 디스토피아로 만들어 줄 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히 세상은 변하고 있다. 그 변화의 끝에 소위 레이 커즈와일 교수가 말한 '특이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디지털 시대가 되더라도 내가 속한 분야의 업무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 믿어왔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수준이 다를 뿐이지 알게 모르게 인공지능을 이용한 시스템을 이미 활용해서 일을 하고 있었다.
변화의 방향을 잘 살펴보고 나는 스스로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고민해 보아야 하는 점이 가장 적합한 대응일 것이다. 입문서로는 조금 난해할 수도 있지만 책을 보고나니 불분명하던 미래의 안개가 조금은 걷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