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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해 지는 길, 인문고전 독서

이지성 작가의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고.

by nay

인문학의 시대라고 한다.

작년부터 시작된 독서에 대한 관심과 시도 속에서 다양한 책들을 접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딱 하나 손에 잘 잡지 못하는 장르가 있다. 바로 인문학 서적. 왜 그럴까? 실용서나 자기 계발서, 경영 관련 서적 등은 아무래도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게 직간접적으로 연결고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소설은 가끔 머리를 식히는데 유용하다. 인문학은 그런 점에서 내겐 매력 포인트가 없었다. 사실 거기에 더하여 잘 읽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수많은 인문고전을 읽은 사람도 어려운 것이 맞다고 하니 크게 좌절할 일은 아니다). 여전히 선뜻 손이 가지 않고 그래서 편식과도 같은 나의 독서 습관을 바꾸고 싶어,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게 되었다.


저자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인문고전의 힘을, 필요성을 침 튀기며 설파하고 있다. 인문고전을 읽으면 바보도 천재가 되고, 평범한 아이는 비범해지며 놀라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계를 움직이는 석학, 철학자들은 다 인문고전을 읽었다. 부자들은 남 몰래 자식들에게 인문고전을 읽히고 학습하게 함으로써 남들과는 다르게 살 수 있는 힘을 키워간다... 새로운 생각, 세계의 큰 흐름을 만드는 방향성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결국 '철학적 사고'에 기반해야 하는데, 철학적 사고의 시작이 바로 인문고전독서에서 온다고 한다. 경제의 원리를 만든 사람들은 경제학자가 아니라 철학자였다는 얘기에 흠칫 놀라게 된다.


이렇게만 보면 인문고전 독서는 만병통치의 수단이다. 솔직히 약간 약장수 같은 느낌도 있다. 저자의 진심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전달하는 방식이 조금은 '날 것 그대로' 이 책에 담겨 있는 느낌이다. 어쩌면 그로 인해 더 진실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겠으나 간혹 거슬릴 정도의 논리의 부족이나 비약이 보이는 점은 책의 완성도에 아쉬움을 준다.


한 가지 크게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인문고전을 읽고 절대 또래들, 비슷한 사람들과 그 내용을 논의하지 말라는 것. 스승이 될 수 있는, 배움이 깊은 사람과 토의하라는 것. 이것은 회사에서 도서 워크샵을 할 때 많이 느꼈던 부분이다. 분명 좋은 책을 읽었는데 그에 대한 이해가 고만고만하다 보니 더 발전적인 사고가 되지 못해 아쉬울 때가 많았다. 이것은 일을 할 때도 같다. 분명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사람과 논의해야 더 알아가는 것이 많고 스터디하는 의미가 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치열함만으로는 부족하다. 글을 쓰면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계를 명확히 느낀다. 사고의 확장에서 느끼기도 하고 사례의 부족에서 느끼기도 한다. 아마도 인문고전이란 이런 때 그 파워를 발휘하리라 본다. 최근에 내가 책을 읽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얼마 전 '어쩌다 어른'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니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었다. 강사는 최근 기업들이 인문학을 원하는 이유에 대한 논리를 나름대로 펴고 있었다. 강사의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적어도 인문학이란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학문이고,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과 해답을 찾는 학문이라는 것은 머리 속에 남았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이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성능 보다는 '가치'다.

즉, 실용성을 따지던 시대적 요구는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사람들은 어떤 물건/서비스 등을 사용하고 소유함으로써 갖게되는 가치에 더 무게를 둔다. 싸고 품질 좋은 가성비도 누군가가 취하는 가치의 한 축이고, 제3세계 어딘가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기부금으로 전달되는 이른 바 '착한 소비'도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명품을 소유함으로써 소위 부심이 높아지는 것도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 중의 하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기업이 제품을 만드는 방향은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변화의 방향은 철학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본질, 근본, 왜 사는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 한가 등등.



저자가 추천하는 인문고전 리스트가 책 뒤에 잔뜩 적혀있다. 이 중에 어떤 것은 어렸을 때 분명 읽는 것이다. 아마 지금 다시 읽는다면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어도 나도 슬슬 인문고전을 읽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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