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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Dec 15. 2022

'사람답다'의 모호한 경계

영화 ‘베테랑’ 속 명대사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말처럼 요즘 세상엔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바로 인간으로서의 품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스스로 품격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답은 간단하다. 물질 만능주의 사회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면 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만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명품 가방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남들 시선 의식하느라 무리해서라도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심지어 친구들은 내게 허영심 가득한 된장녀라며 손가락질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굳이 비싼 물건을 소유하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책 읽는 시간을 늘렸다. 예전에는 주로 소설책을 읽었는데 이제는 인문학 서적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다 보니 시야가 넓어졌고 인생관 역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됐다. 이렇게 내적 성장을 이루니 외적인 변화도 뒤따랐다. 우선 외모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니 한결 여유로워졌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에게도 너그러워졌으며 성격도 한층 밝아졌다.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지출이 줄어드니 경제적으로도 이득이었다. 따라서 현재로선 더 이상 명품백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다. 다만 좋은 옷 입고 맛있는 음식 먹으며 가족들과 함께 여행 다니는 소박한 삶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어떤가? 제법 괜찮은 글처럼 보이는가?

이 글을 완성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1분 남짓이라면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사람답게 사는 법'이란 주제를 AI에게 던져 주니 위와 같은 글이 뚝딱 완성되었다. 기계가 써 준 사람답게 사는 법의 해답이 참 역설적으로 들린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주제어와 적당한 카테고리를 선정하고 AI에게 글을 완성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 뿐이다. 그러면 2-3개의 서론을 알아서 완성해 준다. 읽어보고 맘에 드는 것을 하나 선택했다(윗 글의 첫 단락). 그러면 그에 어울리는 본론을 또 2-3개 연결해서 써 준다(두번째 단락). 두 단락을 합치면 제목도 그럴싸 하게 지어 준다. AI가 추천한 제목은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허허 참.


어제 이 서비스를 만났을 때 느낀 놀라움과 흥분, 그리고 글쓰는 사람으로서의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현재 읽고 있는 이 문장들이 사람이 쓴 것인지, 기계가 쓴 것인지 과연 구분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최근 AI가 그린 그림이 컨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아 논란이 되었다. AI가 쓴 소설도 그럴 듯 하다고 들었다. 아직 한계는 있다. 맥락이 완벽하지는 않다. 하지만 사람이 써도 그럴 때가 있으니 오히려 더 사람답다고 해야하려나(잉?).

무엇보다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기계 스스로 창작을 하지는 못한다. 주제 정도는 사람이 고민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명령을 내려야 비로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 인간과 기계의 확연한 차이일진대, 결과물에 있어서는 명확한 구분이 어려워 보여 괜한 걱정이 앞선다. 기계학습의 완성도는 점점 올라갈테니 누가 작업한 결과물인지 더욱 모호해 지지 않을런지. 사람답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흐린 겨울 날 아침이 어쩐지 더 차갑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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