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y May 27. 2016

비즈니스의 본질에 대해

'심플을 생각한다' 서평

모바일 메신저 LINE 서비스를 만든 회사의 CEO 였던 모리카와 아키라가 들려주는 경영, 회사, 비즈니스에 대한 생각들. 여러가지 주제에 대한 얘기를 하고는 있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아이디어는 '본질'에 집중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목에서 말하는 '심플'이란 문자 그대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많은 고민과 시도 끝에 내린 결론이 복잡한 시스템과 프로세스, 체계 보다는 사업의 본질에 더 충실하자라는 말이다. 


혁신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혁신이란 시스템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창출하는 것. 그래서 관리하려고 하면 더더욱 혁신에서는 멀어진다. 또한 계획과 일정을 세우는 사람들에게 권한이 주어지면 혁신 보다는 오로지 일정관리만 목표로 하기 때문에 품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 

조직이 커질수록 자꾸 관리하려고 한다. 나는 현대 경영에 대한 공부를 한 적은 없으나, 가만히 회사의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니 아마도 현대 경영의 핵심 이론은 분명 여기(조직 관리)에 방점을 찍는 것 같다. 내가 일하는 연구소 역시 경영 관점에서 전략, 로드맵, 미래의 계획 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나도 한 때는 전략이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해 왔다. 잘 관리하면 아마 기본은 할 것이다. 고만고만한 제품과 서비스가 가능하다. 혁신 제품과 서비스는? 글쎄.. 잘 짜여진 프로세스에서 매끈하고 아름다운 product는 나올지 몰라도, 조금은 덜 다듬어 졌지만 새로운 가치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본질이 무엇인가를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영 관점에서는 체계적 관리가 본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자. 무엇이 기업의 생존을 위해 진짜 필요한 것인가? 과거 공산품의 질적 관리가 중요하고 품질 개선이 핵심이던 시절에는 통할 수 있었는지 몰라도, 지금처럼 새로운 가치 제공 (물론 기본적인 품질은 확보)이 중요한 시대에는 잘 맞지 않는다. 이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경영, 조직 운영도 달라야 한다. 


얼마 전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그 동안 관행적으로 보고서는 ppt로 만들었었는데, 이번에는 출장 보고서를 document로 올렸다. 사실 최근에 현대카드에서 ppt 보고서를 없앴다는 말을 듣고 생각해 보았다. 보고의 본질이 무엇인가? 나도 한 때는 예쁘고 보기 좋은 보고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몇 년 전에 만들었던 보고서를 다시 들춰보았다. 당시 무척 공들여서 만든 보고서 였는데 정작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내 보고서의 고객은 누구이고 그걸 소비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내용을 가장 잘 전달하는 방법(본질)은 무엇인가? 나만 알아볼 수 있게 간단히 정리된 ppt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읽힐 수 있는 최적의 포맷이 document라고 결론을 내렸다. 게다가 ppt는 형식을 맞추기 위해 필요 없는 고민과 수고가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과감하게 document로 올리고 나니 동료들의 평이 좋다. 다른 보고서들 보다 읽고 이해하기에는 더 좋다는 것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오면, 조금은 과격한 내용들도 있다. 예를 들어 비전과 계획 같은 것을 필요 없다, 연공서열을 없애고 경영이념은 명문화 하지 않는다 등등.. 물론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잘 알겠지만 한 편으로는 결과적으로 성공 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또 한 편으론 고여있지 않고 치열하게 뭔가 변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기존의 성공방식을 과감히 떨치는 용기) 성공할 수 있지 않았나 경외감도 살짝 가져본다. 

각 주제마다 내용은 짧지만 생각할 꺼리를 많이 던져주는 좋은 책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변해가는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