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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May 24. 2023

끝난 과제를 회고하는 것의 필요성

이번에 과제가 하나 끝났다. 목표를 달성해서 끝난 것이 아니라 기간에 따라 마무리되었다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이다. 입사 이래 매년 다양한 목적의 업무, 프로젝트에 과제원이나 리더로 수 없이 참여했다. 거의 모든 과제를 마치는 시점에는 그럴듯하게 결론을 내리지만, 매번 마음속에 남는 아쉬움이란 감정은 보이지 않는 결과물이다. 잘된 것이 있지만 부족한게 눈에 들어오는 까닭이다.


이상적으로는 과정과 결과 모두 중요하지만 현실은 (거의 항상) 결과에 집중한다. 그러므로 보통의 경우 결과물의 잘잘못을 따지게 된다.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무시해도 좋을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갖는 적절한 미덕이 있지만, 다음에도 또 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말로,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더 나은 다음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다.


가만히 앉아 과제의 공과 과를 생각해 보았다. 좋았던 점은 살리고, 나빴던 것은 고치면 된다. 그래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아래와 같은 질문을 과제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던져 보면 좋다. 이런 미팅에선 진지한 것도 좋지만 난 캐주얼한 접근을 선호한다. 또한 1대 1 미팅이 더 좋다. 회의에서 누군가 분위기를 주도하면 할 말도 못 하고 지나갈 수 있다.


-우리가 잘한 것(판단, 접근)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잘못한 것(판단, 접근)은 무엇일까요?

-왜 그런 판단과 의사결정을 했을까요?

-리더로서 제가 잘한 것과 부족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이런 질문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다 보면 공통의 무엇이 나오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를 발견하기도 한다. 리더인 나는 내심 고민했던 문제라고 생각한 것이 멤버인 담당에게는 별로 공감되지 않으면 허탈할 때도 있다.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 나의 의도와 달리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것 자체에도 누구나 깊이 공감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너무 실망할 필요도 없다.


동료들과 함께 진행한 복기의 내용이 정리가 되면 상사와 같은 내용으로 얘기해 보는 것이 좋다. 상사를 만나는 것은 부담되고 괜히 잔소리를 들을 기회라서 꺼려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데 회사에 오랜 시간 몸을 담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그것은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각자 입장 차이를 이해하고, 오해나 기대가 달랐던 것을 계속해서 ‘fitting’ 해 나가는 과정의 중요성이다. 노력과 수고로움이 들지만 애매할 수밖에 없는 fit을 맞추지 않으면 각자 다른 도착점에 서서, 상대가 언제 오는 건지, 왜 안 오는지 화를 낼 수 있다. 그러니 과제 중간에 점검하고 조율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긁어 부스럼 같고 지나고 난 뒤에는 어쩐지 불필요해 보이는 회고의 과정을 굳이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선 얘기처럼 같은 실수를 막고자 함이 가장 크다. 다음 목적은 감정적 케어에 있다. 어떤 목표가 정해지면 그것이 흔들리거나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비즈니스 환경은 하루아침에 바뀌기도 하고, 어제는 맞았던 판단이 오늘은 틀릴 수 있다. 기대치가 달라지고, 일의 의미와 가치는 갑자기 올라가기도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의 결과에 때로는 상사가 부득불 딴소리를 해도 ‘대체 지난번과 다른 말을 왜 하는 거야’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딴소리의 이유라도 알아두면 적어도 마상(마음의 상처)은 좀 덜할 테니까. 상황 종료 이후엔 어느 정도 객관성을 띈다는 명분도 있어서 회고와 반성의 기회로 더 바람직하다. 그러니 과제의 구성원이든 상사든 만나서 질문하고 얘기를 듣기를 권한다. 다음에 더 현명한 과제 운영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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