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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Jun 22. 2023

리더의 편애는 독이다.

일이란 걸 하다 보면 나와 쿵짝이 잘 맞는 사람이 있다. 척하면 착 알아서 잘 해오니까 좋을 수도 있고, 일하는 방식과 판단의 기준이 비슷해서 편-안 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대충 말해도 핵심을 잘 파악한다던가, 아니면 내 요청을 관심 있게 처리한다던가.. 이유는 다양하다. 반대로 나와 맞지 않는 사람, 일을 맡기기에 부담이 되는 사람, 신뢰가 잘 안 되는 경우 역시 피할 수 없다. 밝음이 있으면 어두움이 있는 것과 같다. 항상 나에게 깨달음을 주려는 듯 어려운 관계의 사람을 주변에 배치해 주는 듯하다. 일로 만나서 결과를 주고받는 관계지만 결국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관계의 조율이다. 개개인의 호불호라는 영역에서 자유롭긴 어렵다. 그게 심해지면 무슨무슨 라인이라는 꼬리표도 붙는다.


어렸을 때 황희정승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 많을 것이다. 누렁소와 검은 소 중에서 누가 일을 잘하느냐 물었더니만 농부가 굳이 그의 곁으로 다가와 조심스레 말을 했다는, 정말 있긴 했었는지 모르겠는 그런 일화. 여하튼 이 이야기의 핵심을 요즘 내 관심에서 해석해 보자면 각자의 쓰임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설사) 편애해도 티 내지 말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일전에 일대일 미팅을 하고 나서 부끄러워진 적이 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여럿 되다 보니 걔 중에 관심과 정이 더 가는 사람이 있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나도 사람이라 어쩌지 못한다. 일부러 누군가와 거리를 더(덜) 두려고 하지 않고 아무 편견 없이 만남을 동시에 시작했음에도 미안하지만 그런 결과가 나온다. 그와 나는 서로 가지고 있는 신뢰가 제법 높고 거리감은 많이 좁아서, 이야기를 할 때 나도 모르게 더 편하게 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본다). 심리적 편안함이 문제였을까. 회의실에서 깔깔거리고 즐겁게 대화를 한 것이 바깥으로 들린 모양이었다. 누군가 말하길, ’OO 님과 뭐 그렇게 즐겁게 얘기했어요?‘ 그런다. 순간 아이쿠, 내가 큰 잘못을 했구나 싶었다. 아무리 좋아하고 편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 정도가 지나치게 들키면 좋지 않다고 본다. 조직의 크기와 상관없이 편 가르고 내 사람, 아닌 사람 구분하는 것이야 말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그 이후론 적절한 선을 유지하려 노력하게 되었다. 


선호는 편애가 되고, 편애는 다른 이들에겐 불편함을 만든다. 좋아해도 적절히 선을 유지해야 한다. 능력이 있어서 승진했음에도 상사와 돈독한 관계란 이유로, 괜히 무슨 라인 소리 들어가며 욕먹었던 동료들을 안타깝게 본 적 있다. 그러니 여러 사람을 동시에 케어해야 하는 리더라면 자기 맘에 드는 사람일수록 리더 스스로 더 잘 제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더 좋은 동료로 만들고 사람들 사이에서 진정으로 인정받게 만드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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