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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Apr 30. 2023

우리는 대게 같은 선에 서 있지 않다.

내가 리더를 맡고 있는 작은 조직은 7명의 동료가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일이 수시로 들고 나는 과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가끔은 정신이 없다. 대부분의 경우, 해야 할 일이 주어진다 —> 담당자를 정한다 —> 담당자가 알아서 잘 처리한다 —> 의사결정이나 보고할 때 리더와 협의한다, 와 같은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담당자를 정한’ 이후에는 나의 기억과 관심 속에서 그 업무는 지워진다. 마이크로 매니징이란 걸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기도 하고, 많은 걸 다 통제하고 관리하려고 에너지를 쓰는 것이 싫다. 담당이 정해지면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해결을 해 오리라는 믿음도 있다. 나보다 더 잘하는데 굳이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할 이유가 없다.


다만 가끔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당황스럽다.

“이거 어떻게 할까요?”

“…. 네?”


나의 동공이 흔들린다. 어, 대체 뭘 말하는 거지.


보통 한 번에 돌아가는 업무 처리 건수가 최소 10개 이상이고 기억하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줄였기 때문에 누가 어느 업무를 하고 있는지 금세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담당자 입자에서는 나보다 적은 개수의 일을 처리하고 있고 우선순위에 있는 이슈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리 물어볼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자기와 같은 곳을 보고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여지는 가져봄 직 하다. 얘기하는 상대가 자신과 당연히 같은 선 위에서 속도를 맞추며 달리고 있다는 가정을 거두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일이 겹쳐서 쌓여 있고, 하나의 업무 안에서도 파생되는 일이 있는 경우도 있기에, 그가 묻는 질문의 ‘어떻게’에 대한 결정이나 의견을 주려면 ‘이거’가 뭔지 머릿속에서 파일을 뒤져봐야 한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은 다시 물어보면 된다.

“미안하지만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러나 가끔은 이렇게 묻기 어렵다. 그 이유는 아래에서 설명한다.





그러니 담당자가 만약 이렇게 이야기의 운을 떼면 어떨까?

‘A 업무 있잖아요’.

이렇게만 리마인드를 시켜주면 당장 속도를 맞추지는 못해도 달리는 방향과 라인은 따라잡을 수 있다.


‘아 그거. 왜요 왜요’


리더의 부족함처럼 보이는 이 작은 배려를 요구하는 이유는, 거창하게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담당자라고 비난하고자 함이 아니다. 리더 입장에선 ‘미안한데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엉엉’ 하면서 물어보는 게 모양새 빠지고 부끄러워지는 면이 있어서 그렇다! 쫌스럽지만 의도적 기억을 지우는 사람이라 그렇다. 리더라면 기억하고 관리하는 일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이상적인 모습을 구현하지 못한 나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이 싫어서 그렇다.


대개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소통의 오해와 오류, 삐끗거리는 이유는 남도 나와 같은 생각일 거야라던가, 내가 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겠지 하는 가정이 있어서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일을 하면서 배려라는 것이 별 건가, 내 말을 듣는 상대의 주파수를 살살 돌려가며(알아차리도록 도와주며) 내가 보내는 신호를 잘 받도록 도와주는 것이 그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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