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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Apr 21. 2023

리더에게 적절한
용병술이 필요한 이유.

과제든 일상의 업무든 누군가와 함께 하면 자연스럽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에너지가 리더인 나에게 전달된다. 열심히 했지만 상대적으로 잘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가급적 내가 무얼 하는 사람인지, 일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지 의도적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다. 알아주겠지.. 만으로는 부족한 때도 있기 마련이다. 적당히 자기를 잘 어필하되 과유불급만 아니면 되지 싶다.


그와 달리 열심히 할뿐더러 에너지가 마구 뿜어져 나오는 사람이 있다. 열정적으로 하고 있음이 차고 넘치다 보니 도저히 눈치를 채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나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이나 행동을 강조하는 편도 아니다. 그냥, 그러니까 정말 그냥 집중해서 뭔가를 파고 있다는 것을 옆 사람도 자연스레 알아차리게 된다. 이렇게 했음에도 운이 없으면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는데, 다행히 성과로도 잘 이어지는 것 같아서 옆에서 보고 있으면 리더이자 동료로서 함께 뿌듯해진다.


그런 집중의 원동력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데 왜 그는 다를까. 단지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는 결이 다른 몰입의 힘. 그걸 알아낸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과제 정리 미팅을 준비하면서 물어보았다. 

당신이 이렇게 일에 열심인 이유, 어째서 집중하는지에 대한 이유.


그는 잠시 머뭇 거리더니, ‘이렇게 말씀드리면 좀 이상할 것 같기도 한데.. ‘라며 운을 떼었다.


‘뭐예요, 혹시 일종의 변태성이라도 있는 건가요?’(웃음)

‘맞아요. 저는 인체 조직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볼 때… 어떤 희열이 있어요’


그는 사람의 피부 속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했다. 잘 조직된 인체 조직에서 미학적인 쾌감을 얻는 셈이다. 그것이 무엇일지 상상이 되었고 동감하였다. 허나 답을 듣기 전 나의 가정은, 어떤 일을 열심히 해서 결과가 잘 나오기 때문 정도의 지극히 현실적인, 예상 가능한 답변이었다. 당사자의 대답은 의외였다. 물론 다양하게 시도하고 그에 따른 결과물을 얻는 즐거움도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저 밑에 깔린 근본에는 그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라던가 발견의 즐거움 같은, 돈이나 칭찬의 보상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무엇이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내가 듣고 싶었던 대답은 이런 것이었을 것이다. 목표로 했던 걸 달성하려는 의지와 욕심이 있었거든요, 라는 교과서적 발언. 그건 내 상상력의 한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답 같지 않은 정답을 듣고 나니, 리더로서 고민이 더 많아진다. 리더는 흔히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어 일에 몰입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교육받는다. 목표를 공유해라, 작은 성과라도 칭찬해라, 적절하게 보상해라, 인정하고 피드백을 줘라.. 다양한 리더십의 이론들이 난무하지만 정작 당사자가 ‘그냥 하고 있노라면 즐겁다’라는 걸 도저히 이겨낼 더 좋은 답변은 없다. 모든 사람이 자기 일에 푹 빠질 수 없다는 걸 잘 안다(심지어 나 조차도 어려운 것을!). 


관찰의 즐거움 때문에 어떤 한 분야에 열심인 그도, 관찰과는 무관한 다른 업무엔 도통 관심이 없다. 이번 과제에서 그가 보여 준 높은 에너지의 힘은 운 좋게도 '관심'과 '과제의 목표'가 동기화 되어서 더 시너지를 낸 것이다. 다른 예로 기존에 있는 데이터를 정리하고 조직화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오라고 시키면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일을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매번 조용히 시킨 일만 하라고 미션을 주면 즐겁게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리더의 몫은 각자의 관심과 몰입, 장점의 포인트를 (관찰이나 대화를 통해) 빠르게 알아내고, 그걸 활용해서 성과를 낼 수 있게 적절한 임무를 부여하는 기막힌 용병술에 있는 것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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