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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Jul 10. 2023

소통과 설득, 때로는 압박까지.

소통과 설득 때로는 압박의 기술까지 골고루 갖춰야 하는 것이 리더라는 생각을 한다.


드라마나 영화엣 대게 팀으로 일할 때 팀장(리더)이 어떤 업무 지시를 내리면 다들 동의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극의 긴장감과 재미를 위해 빌런이 등장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동료들은 성실하게 리더의 지시를 따르고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며 기여한다. 그런 아름답고 비현실적인 모습에 잘못 노출된 것인지,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리더들도 이런 걸 해 봅시다 의견을 내면, 동료와 멤버들이 척척 알아서 잘 해오리라 기대하게 된다. 상상이야 자유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빨리 깨닫는 것이 좋겠다.


실제로 함께 일을 하다 보면 리더의 의견과 생각을 잘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숙제 정도만 냈음에도 그걸 해오지 않거나, 아예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오더를 잠시 잊거나 까먹었을 기회보다는 의도적인 무시가 더 맞을 것이다. 버텨보면 어떻게 될까를 살피면서 리더(상사)와 기싸움을 하기도 한다. 내가 어디까지 양보해야 하는지, 어느 수준까지 서로 양보 또는 이해, 납득, 수용하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다. 이런 태도를 마냥 뭐라고 비난만 할 수는 없는 것이, 나도 그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상무나 팀장이 요구하는 어떤 업무에 대해 가끔은 하기 싫어서 슬슬 미루고 일단 버텨보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동의할 수 없는 일을 부여받았을 때 그런 경우가 더 많이 발생한다.


흔히 리더의 소통 능력에 대한 챌린지가 많다. 중요하고 강조해야 할 역량이긴 한데 단지 리더에게만 그 짐을 지우는 것은 가혹해 보인다. 상대방이 대놓고 말을 안 듣기 자세로 나오면 답이 없는 것이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아는 어떤 상무는 한 사람에게 일을 맡겨보고 영 진도가 나가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듯 행동하면, 바로 다른 적임자나 대체자를 찾아서 일을 맡기기도 하였다. 관심 없는 사람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억지로 끌고 가는 것보다, 내 말을 잘 들어줄 사람을 찾아 빠르게 진행해 보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결론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고 행동하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조직 생활을 어느 정도 해 본 사람이라면 그런 걸 기대하기는 참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리더에게 필요한 건 설득의 기술이다. 소통의 좁은 의미는 상호 전달 정도로, 그러나 넓은 의미로는 '설득과 설명'이 아닐까? 어떤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 앞뒤 다 자르고 요점만 전달하는 것이 효율적 일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 '너 이거 언제까지 해'라는 건 명령이지 소통도, 설득도 아니다. 타인의 몸과 마음 모두를 한 방향으로 정렬하기 위해서는 잘 설명하여 이해시키는 것이 (효율적이진 않아도) 효과적이다.  그렇기에 리더 스스로 동의하지 못하는 일은 더더욱 후배나 동료들을 설득하는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필요하다면 상호 간의 딜을 성사시키는 전략도 좋다(승진이나 교육의 기회 같은 것). 일을 담당해 줄 적임자가 지극히 제한적이라면 어떻게든 설득하여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마지막으로 리더에겐 압박의 기술도 필요하다. 리더라는 상대적 위치를 이용하는 것이다. 일을 억지로라도 진행되게 만드는 건 바람직하진 않다. 하지만 조직이 굴러가려면 어떤 경우엔 밀어붙이는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때로는 반대를 무릅쓰고 돌파해야만 하는 문제들을 직면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말은 하지만 다수가 반대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목표라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싶다. 그러니 압박 이전에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이유로 일을 거부하는지 상호 소통의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결론은, 현실은 참 쉽지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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