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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Nov 03. 2023

너무 바쁘다고? 글을 써 봐!

후배와 같이 밥을 먹다가 책 이야기가 나왔다. 아직 내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며, 오늘 자기가 밥을 사는 건데 한 권 정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대뜸 따지길래(?) 아이쿠 주면 되지, 하였다(약속대로 다음 날 바로 전달해 주었다).


후배도 글쓰기에 관심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일터에서 친하게 지내긴 해도 개인적인 관심사는 말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다. 그녀의 남편도 브런치에 글을 쓴다고 했다. 책을 냈다는 이유로 가끔 주변 동료들이 슬쩍 찾아와 이런 고백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일종의 커밍아웃인 셈이다.


“저도 글 쓰고 싶은데”


난 언제든 적극 장려하는 편이다. 글쓰기야말로 돈 한 푼 안 들이고 순수한 나만의 노력으로 생산적인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는 좋은 취미이자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기회이다. 꼭 책을 내지 않아도 된다. 글 쓰는 행위만으로 충분하다.


어제 식사를 같이 한 그녀에겐 글을 쓸 시간보다 일을 처리해야 하는 시간이 더 급했다. 요즘 워낙 바쁜 조직에 있고 모르긴 몰라도 물리적이고 절대적인 업무량이 어마어마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 사람에게 잠깐의 여유나 휴식은 사치일 수 있다. 조금이라도 숨 돌릴 시간엔 휴식을 취하는 것이 더 우선일 수밖에 없다. 그 상황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나를 돌아보면 아이러니하게 제일 바쁠 때 글감의 기회가 찾아오곤 했다. 바쁘니까 일에 몰입하여 다른 생각을 멀리한다가 아니라, 바쁜 만큼 그 이유를 한 발짝 떨어져서 찾으려고 했다. 해야 하는 일에 대한 명분을 찾고 그 답이 맞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도모했다. 오히려 여유를 찾아야 한다는 자기 방어적 태도를 가졌다. 머리가 복잡하면 할수록 되려 그걸 글이라는 방식으로 쏟아냈기에, 비울 수 있었다.


남들보다 조금 잘난(?) 점이라면 적절한 완성도로 일을 빨리 끝내는 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약간 위험한 발상과 일처리 방식이지만 꽤 익숙해져 바꾸기 쉽지 않다. 사실 완성도라는 것은 판단 기준이 애매하고 한계가 있다. 내 경우는 오랜 시간 같은 회사에서 일한 까닭에, 업무가 주어질 때 의도 파악이나 결과 수준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그에 맞는 적당한 자료 작성, 업무의 범위 조정 등이 수월해진다. 그러니까 되레 바쁠 때 남들에 비해 일처리가 빨라서 좀 덜 바쁘다. 대신 머릿속은 매우 복잡다단한 고민으로 가득 찬다. 그걸 스트레스로 받기보다는 뭔가 생각을 정리할 기회 요인으로 변환시킨다.


사람마다 일을 대하는 태도, 일에 대한 감각, 자기만족적 완성도에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그 후배에겐 여전히 글을 쓸 시간적 - 아니, 정신적 여유가 없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조심스레 글쓰기를 추천한 이유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당시의 절절한 감정과 고뇌가 도저히 글에 온전히 담기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이다. 날 것의 생생한 기록이 갖는 가치를 잘 알고 있기에 어설프더라도 기록을 권한다. 바쁨을 핑계로 머릿속 한편에 지금 겪고 있는 경험과 생각을 저장해 두면 시간이 지난 후 남아있기보다는 휘발된다. 글로 남길 지언정 감흥이 없다.


바쁠 때 더 글쓰기에 집중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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