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를 받았다. 예전에는 자연주의 컨셉이었다가 최근 리브랜딩을 통해 약간 더마코스메틱스러운 느낌으로 전환한 자회사 브랜드의 초대였다. 관련된 업무를 해 준 부서와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매장 소개를 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성수에 생긴 FSS(플래그십 스토어)로 찾아오면, 제품과 매장을 투어 시켜주고 맛있는 디저트도 제공한다는, 그런 내용.
회사 일이 다 그렇지만, 그리고 여러 번 글을 통해 언급했듯, 여러 부서가 힘을 합쳐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 당연하기 때문에 굳이 더 고마워할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을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그게 각자 월급 받는 이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 사람의 마음이 그러하겠나. 원래 할 일일지라도 기꺼이 해주면 더 고맙고, 대충 해주면 서운하고 그렇다. 한 해에 새롭게 출시되거나 리뉴얼되는 제품이 한두 개가 아닌 관계로, 우리에게도 이 브랜드, 저 제품은 그저 one of them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와중에 친히 브랜드 마케팅에서 담당 연구원들을 비롯해 여러 부서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비 오는 날이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동료와 함께 매장을 찾아갔다. 원래 성수동에 있던 인쇄소의 외관을 유지한 채 내부를 멋지게 꾸민 매장, 리브랜딩을 통해 새롭게 바뀐 제품들을 만나보았다. 열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마케터는 각 공간의 의미, 어떤 이벤트가 있었는지, 요즘 브랜드의 이슈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해 주었다.
별 것 아니지만 막상 이런 이벤트를 하고 나면 희미해졌던 애사심에 살짝 불이 지펴지곤 한다. 예전에 버터플라이 활동이란 것이 있었다(이름 그대로 나비효과를 노린다는 뜻).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연구원들이 2-3명 정도 짝을 지어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우리 회사가 소매 매장에서도 강점이 있었던 때다. 쭈뼛거리며 들어가 어떤 제품이 잘 팔리는지, 장사는 어떤지 매장주들과 얘기를 나누고 돌아오면 되었다. 아리따움이라는 매장을 운영할 당시엔 아주 가끔이지만 실제 판매를 도와주라는 임무를 부여받기도 했다. 당연히 그걸 잘할 리는 없었다만, 막연히 책상이나 벤치에 앉아 연구만 하지 말고 현장을 느껴보란 숨은 뜻이 있었다. 현장의 소리를 듣고 온다고 갑자기 안 하던 연구를 하고 새로운 제품이 마구 탄생하지 않는다 해도, 내가 하는 연구의 결과물이 어떻게 매대에 전시되는지, 판매하는 분들은 무엇에 집중하는지 알고 오면 뭐라도 하나 배우는 것이 있었다. 마음가짐을 달리 하고, 내 일의 이유와 가치에 대해 잠깐이라도 고민해 보는 그런 시간의 의미가 있다.
하필 비 오는 날이라 가는 길이 귀찮고 번거롭긴 했지만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장 안에 손님들이 북적이길 기대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본다. 우리 제품, 제발 흥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