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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와의 카풀, 언제까지 해야할까

by nay Jun 17. 2016

가끔 언제 퇴근하느냐고 묻는 선배가 있었다. 사내 메신저를 통해 퇴근시간이 가까이 되면 간혹 질문을 던졌다. 우리 집에서 한 1km 떨어진 곳에 집이 있었는데, 같은 방향이라고 태워주곤 했다. 엄연히 말해 같은 방향은 맞지만 우리 집을 지나서 내려주고 나는 다시 돌아와야 했다.


그 선배가 이사를 했다. 우리 단지로 온건데 어쩌다 보니 같은 동 같은 라인에 살게 된거다. 이후에도 가끔 퇴근 길을 같이 하곤 했다. 오히려 더 멀리갈 일 없으니 나아졌다고 해야할까.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문자가 왔다. 출근길에 태워 달란다. 어제 술을 먹고 회사에 차를 두고 왔다는 것이다.

이게 시작이었다.

그 이후 종종 (주 3회 이상) 아침마다 연락이 왔다. 난 이게 공식적인(?) 카풀인가 아닌가 아리송했다. 선배는 그 동안 타던 차를 처분한 이유를 말하긴 했다. 아마 본인은 이 정도로 양해를 구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행간의 의미 정도는 내가 잘 읽었으리라 미루어 짐작했을 수도 있다. 

어느 날은 아예 언제 만나자는 약속 시간을 정해버릴까도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내가 오히려 그 시간을 맞춰야 하고 공식적인 카풀을 인정해 버리는 것 같아 말을 아꼈다. 


만약 이러이러해서 미안하지만, 앞으로 출근길에 불편하지 않다면 실례 좀 하자고 양해를 구했다면 지금과 같은 기분은 아닐 것이다. 처음엔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몇 번 얻어타는 것 정도라면 그럴수도 있지 했다. 그러나 상호 약속도 없이 이런 건 아니다 싶다. 게다가 그는 단 한번도 고맙다고 말한 적 없고, 빈말이라도 밥 한끼 사겠단 적 없었다. 


출근 하는 길에, 그것도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데 태워가는게 뭐 그리 대수인가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어정쩡한 상태로 넉달 넘게 태워주다 보니 솔직히 스트레스다. 아침마다 언제쯤 가냐고 물어오는 문자를 받을 때마다 짜증도 난다. 간혹 연락이 없는 날도 있다. 이런 날은 출근하면서도 내가 먼저 연락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기분이 영 찜찜하다. 출근길이 즐겁지는 않더라도 마음의 짐이 되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사실 이런 고민은 내가 그 선배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는데 있을지 모른다. 그냥 업무 상 만나서 일 얘기하는 정도가 딱 괜찮은 거리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회사 다니다보니 참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아무 일'이 되어 버리고, 이걸 고민이라고 하고 있어야 하나 자괴감에 빠지는 일도 생긴다. 좀 더 상황 잘 정리해서 솔직한 얘기를 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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