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을 내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y Jan 28. 2024

나도 한 땀 한 땀 쓰는 작가인가?

강원국 작가님에게 배웁니다.

https://brunch.co.kr/@naymore/514

(앞 글에서 이어집니다.)


그가 알려준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법'은 솔직히 꽤 많은 다른 작가들도 비슷하게 말하는 내용이라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절대 실망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보통 어떤 위치에서 자리를 잡은 인물들이 대단한 성공의 비밀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들여다보지만, 대게는 별반 다를 바 없는 '남다른 노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어디든 적어둔 조각 메모들이 2만 여개가 넘는다는 강 작가님의 습관은, 순간적으로 떠오른 글감과 생각을 메모하는 습관의 힘이라는 제법 평범한 조언 그 이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평범한 나와 크게 다른 점은 메모의 중요성을 지극히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과, 실제로 행하는 사람 사이에서 켜켜이 누적된 경험과 훈련의 차이가 아니겠나. 남들은 모르는 비책을 몰래 알아간 기쁨은 없었지만 직접 작가에게 듣고 다시 깨우치며 자극받는 경험이야말로 최고의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나도 한 땀 한 땀 씁니다'라는 대목에서였다.

말에서 힘이 느껴졌다.

정말 애써서 만드는 결과물이었던 것이리라.

후루룩 써버리고 마는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 그럴 리 없었을 것이지만 말이다. 보통 독자는 글 쓰기의 과정은 알 수 없는 법. 한 편의 글을 완성해 내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나도 잘 알고 있음에도, 누군가의 책이나 글을 볼 때면 가끔 지나치리만치 '참 쉽게 쓰셨네' 하는 건방진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그는 단어 하나를 고르더라도 이 말이 좋은지, 저 표현이 더 맞는지, 비슷하지만 다른 건 없는지 네이버 사전을 이용해서 용례를 찾고 유의어로 대체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는 말씀을 했다. 단 한 번도 그런 노력을 들여본 적이 없었던, 그저 맞춤법 틀린 건 없는지 점검하는 정도가 전부였던 나로서는 반성할 수 밖에 없었다. '언어의 한계가 글쓰는 사람이 표현하고 이해할 수 있는 세계를 제한한다'고 하였는데 나는 게으르게 내 세계 안에만 머무르고자 한 것은 아니었던가. 그리고 쓴 글을 읽고 또 읽어가며 고쳐가는 재미와 더 완성도 높아지는 글로 만들어 갈 때의 희열을 얘기하는데, '아, 나는 아직 멀었구나' 싶었다. 써놓은 글을 다듬기 보다는 빨리 내세우고 싶었다. 퇴고를 하더라도 대충, 그저 어딘가 포스팅할 생각과 욕심만 있는 나인지라 글을 대하는 태도의 부족함에 못내 부끄러웠다.


강원국 작가의 새 책 제목은 <강원국의 인생공부>이다. 그가 라디오 진행자로 있는 동안 만났던 300여 명 중, 15명을 추려서 그들과의 대담을 묶어 책으로 냈다(아직 서른 명 정도는 더 남았다며, 앞으로 낼 책이 두어 권은 될 터라 기쁘다는 작가의 말이 왜 이리 웃기면서도 부러운지).

강원국 작가는 '세상 누구에게나 배울 것이 있다'는 자세로 사람을 대한다고 하였다. 단체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보통 서로 서먹하기 일쑤인데 자신은 여행이 끝날 때면 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서 하나씩은 배워야지, 하면서 친분을 쌓는다니 묻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작가의 태도로는 파워 E의 성격은 아닌가 싶다(막상 직장생활에선 매우 내성적이 아니었을까 추측이 된다만). 존경하는 작가를 먼발치에서 강연으로 만난 이 기회에서, 그의 책 제목처럼 글쓰기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나도 많은 것을 배워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