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이메일은 다르다

by nay

모바일 시대이다 보니 문자나 카톡 같은 경로를 통해 업무 지시가 내려오곤 한다 (개인적으론 매우 싫어하는 방식이다만 세상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메일은 공식적인 업무의 지시와 보고 방법의 하나이고, 비즈니스에서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다. 사내에서 오고가는 이메일을 보면 가끔 고쳐주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한다.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사내에서 업무를 위해 주고 받는 이메일이란 '공적인 서류'와 다름 없다는 사실이다.


제목

제목은 간단하지만 어떤 내용이 담긴 것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내용을 대변하지 못한다면 적당한 제목이라고 하긴 어렵다. 아주 간혹 '안녕하세요'나 '부탁' 같은 모호한 제목의 메일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 이런 제목을 보면 안타깝다. 예전에는 왜 제목이 이런거야? 싶은 이메일이 많았는데, 요즘 다들 제목은 잘 작성하는 것 같다.


이메일명

제일 적당한 이메일 이름은 그 사람의 실제 이름을 반영하는 것이다. 나중에 상대방이 나에게 이메일을 보낼 때도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것이 기억하기도 쉽다. 보통 아이디를 만들 때 특성있는 것을 선택하는 특징들이 있다보니 예전에는 그럴 듯 해 보였던 이메일 이름이 회사에서 쓰기엔 부적절한 경우도 많다. 가장 대표적으로 '웃긴' 이메일 주소는 기자들 것이다 (때로는 황당한 이메일명도 많다). 개인 이메일이라면 얼마든지 재미있게 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되도록 비즈니스를 위한 이메일은 그러지 말자.

공식적인 회사 계정이 있음에도 사적인 계정 (지메일, 한메일 등)을 쓰는 사람이 있다. 글쎄 그게 편하기 때문일 수는 있으나 사적인 소통이 아닌 이상은 공식 계정을 사용하자.


내용

읽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하면 좋다. 내용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만연체는 좋지 않다. 되도록 간결하게 쓴다. 중언부언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전달해야 할 핵심만 쓰면 된다. 나는 때로 말머리에 관용어로 등록해 둔 '안녕하십니까, OOO팀 누구입니다'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초면에 정중한 이메일이라면 모를까, 늘상 소통하는 사이라면 본론만 적어도 좋다고 본다. 구어체 이메일은 가장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업무 이메일을 이렇게 보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제목에 내용을 적어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제목 줄을 넘지 않는 수준이라면 적당하겠지만 되도록 내용에 간단하게라도 쓰는게 좋다.

나는 내용을 다 쓴 후에도 한 두번 다시 읽어보고 필요없는 말이나 단어, 표현 등은 수정한다. 맞춤법이 틀린 것도 잡아낼 수 있다. 문단의 구성도 확인하고 전달의 핵심이 잘 드러나는지도 퇴고해 본다. 글의 뉘앙스도 다시 본다. 간혹 거절 메일을 보내거나 안좋은 내용을 쓸 때 더욱 그러하다. 말로 하기엔 힘든 것도 글로는 쉽게 쓸 수 있지만, 그만큼 오해를 사기도 쉽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보는 사람의 편의를 위해 bold체를 쓰거나 색상으로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도 너무 과하면 '뭣이 중헌디'라는 생각을 줄 수도 있으니 남용 금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누가 읽을 것인가 잘 생각해 보고 내용을 채우도록 하자.


이모티콘

워낙 모바일 메세지를 많이 주고 받고, 이모티콘/스티커를 사용하는 빈도가 높기 때문에 대화에서 나의 느낌을 나타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비즈니스 이메일은 특성 상 '드라이' 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을 피하고 싶다고 이모티콘을 남발하는 것은 보낸 사람의 수준을 깍아먹는다. 효과적으로 이모티콘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업무 이메일에서 필요한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동기나 친한 사이에 편하게 사용하는 경우는 상관 없겠으나 상사에게 이메일 시 이모티콘은 가급적 지양하자.


회신 (회송)

회신할 때 최초 내용을 삭제하고 내 얘기만 쏙 보내는 경우가 있다. 간혹 그런 이메일을 참조 받으면 좀 쌩뚱맞다. 애초에 무슨 내용이 있었길래 이렇게 회신했을까 궁금해진다. 이메일은 그 자체가 기록이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Re: Re: Re: Re:가 달린다 해도 원래 내용을 지우면 곤란하다. 원본은 늘 살려두어야 한다.


참조

업무 이메일에서 수신과 참조는 차이가 크다. 나는 참조를 '직접 이 일을 수행하지는 않지만 관련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하는 사람' 정도로 정의한다. 그래서일까, 일단 내가 수신인에 들어가지 않고 참조에 있으면 이메일 내용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직접 수행하거나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은 참조가 아니라 수신인이 될 것이다. 내용 전개에 따라 예전에는 참조가 아니던 사람을 참조 시켜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타 팀 담당사원 또는 직속 상사 등). 참조만 잘해줘도 원만하게 일이 진행될 수 있다.


서명

언젠가 종교적 내용을 회사 이메일 서명에 쓰는 동료가 있었다. 어느 날 그 부분에 대해 말해 주었더니 무엇이 문제냐고 묻는다. 개인의 신념 정도는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나는 그것은 마치 보고서 맨 뒷장에 종교적 내용을 쓰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설득했다. 개인의 신념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회사 이메일에 드러날 필요성은 낮다. 이메일은 공식 서류와 마찬가지고 꼭 필요한 내용만 있어야 하는 에센스에 해당한다. 그러니 간결한 이메일을 위해서라도 서명 역시 간단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 내 신분, 소속, 연락처 정도면 충분하다.



이렇게 장황하게 비즈니스 이메일에 대해 얘기했지만 정작 나도 종종 실수를 한다. 실은 어제도 내가 쓴 메일의 미묘한 뉘앙스 때문에 큰 곤란을 겪었다. 업무 상 이메일이므로 형식을 잘 갖추는 것, 중요하다. 하지만 늘 마지막은 그 내용을 다시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며, 절대 급하게 '발송' 버튼을 누르지 말자. 조금만 여유있게 회신해도 그렇게 늦지 않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 사람 일 잘하나?